[이수미 더봄] 육아의 일등 공신 골드 이모의 조카 사랑

[이수미의 할머니 육아] 손주의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는 유일한 이모

2025-09-08     이수미 전 ing생명 부지점장·어깨동무 기자

적령기가 되어도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며 인구학자가 아니라도 조금 걱정은 된다. 혼자 사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반이 되어 간다니 이러다 정말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지···. 제 한 몸 건사하며 살기도 벅찬 경제 상황이라니, 이유는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 둘 다이지 싶다.

지나고 보니, 때 되면 가야 하나 보다 생각했던 게 맞는 일도 아닌 것 같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살았다는 말도, 그 자식이 듣기에는 설득력이 없다. 우리 집도 둘째 딸은 미혼이다. 내가 보기에 결혼할 생각도 없고 계획도 없고 기미도 없다. 그러다 보니 하나라도 가준 것이 고맙고, 황혼 육아 어쩌고 해도 손주를 안아 본 것만도 복이구나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손주와 이모인 둘째 딸은 애틋하기가 ‘영혼의 동반자’ 같다. 어미인 큰애보다 더하다 싶게 조카를 예뻐하고 살뜰히 챙긴다. 손주도 이모라면 버선발로 뛰어나간다. 겨우겨우 놀아주는 할미와 달리 이모는 대차게 체육적으로 놀아준다. (사실 체육 교사다) 놀아주는 날을 하루 잡아놓고 아침부터 밤까지 서너 개의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둘이 놀러 다닌다.

새로 오픈한 키즈카페의 정보도 남달라서 몇 군데를 언제나 준비해 둔다. 때 되면 갖고 싶은 장난감 다 사주고 여름에는 수영장,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체험학습을 시킨다. 아무리 의욕이 넘치고 나서는 할머니라도 손주를 데리고 스키장에서 종일 노는 것은 쉽지 않다. 손주의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는 유일한 사람이 이모다.

지극 정성인 이모의 손길 /이수미

나에게도 여섯 살 차이 나는 고모가 있어, 어린 시절 많이 어울렸다. 아버지는 첫째, 고모는 막내. 잔소리하는 엄마와 달리 고모는 나를 마냥 예뻐만 했었다.

둘째 딸의 조카 사랑은 남다르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유별나게 아이들과 잘 놀아주었는데 조카가 태어나자마자 그 사랑이 폭발했다. 손주를 바라보는 둘째의 눈에서는 언제나 꿀이 떨어진다.

생각해 보면 황혼 육아의 조력자는 여럿이다. 없는 것보다는 조금 나은 할아버지도 있었고, 할미가 그림을 그리러 갈 때면 근처에 살던 이모할머니까지 와서 손주를 봐주었다.

그래도 일등 공신은 손주의 이모, 둘째 딸. 지치고 힘들고 급할 때 둘째를 부르면 구세주같이 나타나 할미를 구해줬다.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성경 말씀처럼 아이를 어찌 할미 혼자 키웠겠는가···. 한 마을만큼의 협력이 있었다.

여성경제신문 이수미 전 ing생명 부지점장·어깨동무 기자 leesoomi7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