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님 채액을 보호하라'···김정은 머리카락부터 마신 컵까지 DNA 제거 작전
DNA, 지도자 건강·체제 안정 흔드는 ‘최고 기밀’ 맞춤형 암살·생화학 공격까지 악용 가능성 북한만이 아닌 국제사회 공통된 보안 관행
"날래 날래 치우라우"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회담 직후 북한 측 수행원들이 김정은의 흔적을 지우는 장면이 포착됐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푸틴과 양자 회담을 개최했다.
그런데 회담이 끝난 직후 북한 측 수행원은 김정은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컵 등을 빠르게 치웠다. 김정은이 앉았던 의자와 주변 실내 장식, 가구를 약 1분간 천으로 닦은 후 자리를 떠났다. 김정은의 DNA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DNA에는 개인의 유전적 특성부터 질병 소인까지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암 발병 가능성, 심혈관 질환 위험, 면역체계 취약성 등은 지도자의 정치적 운명과도 맞닿아 있다. 만약 최고 지도자가 심각한 건강 이상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다면, 해당 체제는 급속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 북한처럼 권력 승계 구조가 불투명한 국가에선 그 파급력이 더 크다.
고위급 인사, 특히 김정은처럼 독재 국가 지도자의 '채액 보안'은 꾀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서방 정상들도 회담이 끝난 뒤 사용한 컵과 식기류를 전담팀이 회수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경호팀 관계자들 역시 CNN과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이후 사용된 컵이나 식기를 그대로 방치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일본 닛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전직 정보기관 요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 지도자의 건강 정보는 군사 기밀에 준한다. 체제 안정성, 외교 협상력, 금융시장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도자의 건강이 곧 국가 리스크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DNA 차단은 보편적 안보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 국가정보기관 관계자도 닛케이에 “최고 지도자의 건강 정보는 북한 체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모발이나 배설물 등 사소한 흔적이라도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북한은 각별히 관리한다”고 했다. 건강 이상 정보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북한 내부의 권력 다툼은 물론 대외 협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DNA 유출의 또 다른 위험은 암살이나 생화학 공격과 같은 직접적 위협이다. 특정 인물이 유전적으로 어떤 질환에 취약한지 알게 된다면 그에 맞춘 ‘맞춤형 생화학 무기’ 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서방의 일부 정보기관 전문가들은 “건강 정보는 군사 기밀 못지않은 전략 자산”이라고 경고한다.
냉전 시절에도 유사한 시도는 있었다. 미국과 소련 모두 상대 지도자의 건강 이상을 파악하기 위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는 첩보 활동의 일환으로 혈액 샘플이나 약물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주요 전략 중 하나였다. 오늘날에는 DNA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위험성이 더 커진 셈이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한국 국가정보기관 관계자는 닛케이에 “최고 지도자의 건강 정보는 북한 체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모발이나 배설물 등을 유출시키지 않기 위해 북한은 김정은의 생체 정보 봉쇄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