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배터리 장착 전기차 매년 화재···“안전성 확보에 전사적 노력 필요”

주차된 상태서 열폭주·화재 잇따라 ‘안전성’ 밀려나는 사장단 경영철학 “선명한 조치와 쇄신 방안 내놓아야”

2025-09-04     유준상 기자
2022년 8월 8일 제주 서귀포시 전기차 화재 현장 /연합뉴스

SK온 제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서 화재 사고가 매년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행 중이거나 배터리 충전 중이 아닌 주차된 차량에서 예측 불허한 형태로 폭발 화재가 발생하면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모델인 아이오닉5(NE, NE PE, NEN), EV6에는 모두 SK온에서 제조한 배터리가 탑재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천안 동남구 청당동 천안우미린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아이오닉5 차량에서 화재가 나 차량은 전소되고 주민 수십명이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충전 중이거나 주행 중에 발생한 사례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기존 전기차 화재 사고와는 성격이 다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배터리 셀 결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오류, 지하주차장 온도와 환기 조건 영향 등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불과 한 달 전인 6월에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 EV6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출동 당시 차량에서 불꽃은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주차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한 아이오닉5, EV6 차량 모두 SK온이 제조한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이다. 

5월엔 부산 도심에서 주행 중인 전기차 택시(아이오닉5)가 전소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이 도로 위에 있던 철제 판스프링 구조물을 넘으면서 차량 하부에서 쿵 소리와 함께 연기와 불꽃이 발생했다고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손상에 따른 ‘열폭주’ 현상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열폭주란 배터리 과열이나 물리적 충격 등으로 내부가 손상됐을 때 급격히 온도가 상승해 화재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SK온 배터리 탑재 차량의 화재 사고는 유독 올해만 일어난 게 아니다. 지난해 5월 강화도에서는 주행 중인 아이오닉5 전기차에서 불이 나 차량 1대가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불로 차량이 모두 타고 인근에 있던 검문소 차량 차단기도 파손됐다. 다행히 운전자가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2023년 3월에는 제주 서귀포에서 운행 중이던 아이오닉5 모델 차량에서 불이 나 운전자가 화상을 입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해 8월에도 서귀포의 한 주택 앞에서 충전하던 아이오닉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 배터리와 실내 일부가 불에 탔다. 소방안전본부는 배터리 모듈이 집중적으로 탄 것으로 볼 때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 화재로 소방안전본부 추산 24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진압 과정에서 소방대원 1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문제는 예측 불가한 방식으로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수차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내고 있음에도 배터리 제조사인 SK온 측에선 선명한 조치와 쇄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SK온 사장단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적 개선’과 ‘흑자기조 구축’에 초점을 맞추는 사장단과 경영진의 경영철학이 전사적으로 영향을 주다보니 상대적으로 제조 부서에서도 ‘안전성’이 비집고 들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게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형사 책임 측면에서 전기차 화재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면 차량 또는 배터리 제조사, 차량 소유주, 건물이나 주차장 관리책임자 등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업무상실화죄’ 등의 책임을 지게 된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이 외국산 전기차 화재 사건과는 확연히 다른 보도 태도를 보이는 게 문제”라며 “마치 중국산 배터리가 한국산보다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만 혈안이 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습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배터리사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