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르신 돌봄 로봇, 방치 막으려면 관리까지 책임져야"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 인터뷰 제품 납품 회사가 운영까지 맡아야 데이터·의료 연계 제도적 장치 필요 보건·복지·IT·안전 융합센터 제안도

2025-09-03     김정수 기자
미스터마인드의 AI 돌봄 로봇. 왼쪽은 대전시에 보급하는 '꿈돌이', 오른쪽은 미스터마인드 대표 돌봄 인형 모델 '초롱이'다. /김정수 기자

# "아가야, 누가 나를 때리고 있어. 도와줘." 새벽 2시, 치매 어르신의 외침은 돌봄 로봇 '꿈돌이'를 통해 관제센터로 전달됐다. 돌봄 매니저와 실시간 연락하면서 위기를 막았다. 어르신은 이후 우울증과 조현증 복합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가족들은 "꿈돌이가 아니었다면 위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AI 돌봄 로봇이 말동무를 넘어 위급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하지만 관리 체계가 없으면 몇 달 뒤 방치되기도 한다. 기기가 꺼져 있거나 고장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데이터가 의료·복지와 연계되지 않으면 위험 신호도 놓칠 수 있다.

3일 여성경제신문과 만난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는 "공공돌봄의 주체는 복지 서비스 기반이어야 한다"며 "제품 납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운영과 관리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주 제품의 대화 데이터를 지자체에 보고하고 '이 어르신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미스터마인드는 AI 돌봄 로봇 제작사로 현재 약 99개 지자체에 1만2000대를 보급하고 있다. 주로 독거노인이나 경도 치매 어르신 대상이다.

3일 여성경제신문과 만난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는 "공공돌봄의 주체는 복지 서비스 기반이어야 한다"며 "제품 납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운영과 관리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기자

ㅡ돌봄 로봇이 현장에서 방치되는 이유와 이를 막기 위한 관리 방안은 무엇인가.

"보급 이후 관리가 핵심이다. 전기세 부담이나 화재 우려로 꺼둔 뒤 다시 켜지 못하는 사례가 잦다. 인지 저하로 자주 깜빡하는 어르신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모니터링, 안부 전화, 현장 방문 같은 관리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스터마인드는 통합관제센터를 두고 지자체별 관제 기능을 운영한다. 또 담당 공무원과 위탁기관의 생활지원사·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정기 교육을 진행한다. 사용자 집체교육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회사는 기기가 꺼지면 사업 자체가 타격을 받기 때문에 교육, 재가동, 점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제품 설명의 디테일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ㅡ미스터마인드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첫째, 어르신 맞춤 대화 기능이다. 버튼 하나와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상황에 맞는 대화 덕분에 장기 사용률이 높다. 혼자 계신 분들에게는 인지 저하를 늦추는 말벗 역할이 핵심이다.

둘째, 운영·관리 방식이다. 관제·교육·방문까지 직접 맡고 월 관리비 구조를 도입해 매달 기기 상태를 점검하고 리포트를 제공한다. 덕분에 사업이 끊기지 않고 다음 해 예산 반영까지 이어진다. 반면 다른 업체는 2년 치 통신비를 한 번에 받아 운영 관리가 소홀해지고 지자체 담당자 교체 시 사업이 단절되는 경우도 있다.

셋째, 사업 철학이다. 정부 사업 등 단발성 보급이 아니라 월 관리비·가입비 같은 고정 수익 구조를 일찍부터 택했다. 제품 판매보다 관리와 교육을 통한 선순환을 중시해 재계약 유지율과 사용률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광교에 운영팀과 통합 관제센터를 두고 판교에는 개발팀, 별도의 A/S팀도 운영한다. 현장에는 정규직 매니저가 직접 방문해 관리한다. 현재 대전 7명·울산 3명 등 총 10명이 활동 중이다."

김동원 대표는 "어르신이 대화를 많이 하는 데 중점을 두고 그 대화를 분석·예측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ㅡ회사 경영 전략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핵심은 고정 수익 구조다. 단순 판매만으로는 지속성이 없기 때문에 정수기·공기청정기처럼 월 관리비 모델을 도입했다. 초창기 3~4년은 적자였지만 4년 차부터 관리비가 꾸준히 들어오며 안정적인 구조가 자리 잡았다.

장기 계약 유지율도 높다. 순천·울산은 곧 5년 차에 접어들고 논산 등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80% 이상이 재연장되며 이를 바탕으로 지사 인력도 충원해 운영을 확대했다.

대화 데이터 축적 역시 전략의 중요한 축이다. 어르신이 대화를 많이 하는 데 중점을 두고 그 대화를 분석·예측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대덕구에서 조현병이 발견된 사례처럼 대화 패턴을 분석하면 질병 예측이 가능하다. 조현병·치매·우울증 등에 대해 사전 경고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회사가 초기부터 목표로 삼아온 비전이다."

미스터마인드가 어르신 대화 데이터를 분석해 각 주마다 지자체에 제공하는 주간 보고서(왼쪽)와 표준 진단표. 주간 보고서를 토대로 위험군에 속한 어르신은 간이 검사를 실시한다. /미스터마인드

ㅡ돌봄 로봇 대화 데이터가 의료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궁금하다. 건강 관리로 연결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외로움·불면·우울·치매·자살 충동 같은 '마음의 병' 신호를 대화 패턴으로 포착한다. 예컨대 밤 11시~새벽 4시 사이 반복 사용은 불면증, 부정적 단어 반복은 우울증, 장황하고 어순이 뒤섞인 발화는 치매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주간 보고서로 정리돼 간이 검사와 결합하면 실제 진단으로 이어질 확률이 60% 이상이다.

다만 돌봄 로봇은 의료기기가 아니므로 직접 진단할 수 없다. 특정인을 지목하면 의료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지자체와 의료기관을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를 통해 '이럴 때는 이런 질환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세우지만 최종 진단은 반드시 의료기관이 해야 한다. 복지와 의료가 결합돼야 하는 이유다.

대전의 경우 자사 돌봄 매니저가 상시 운영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대응하지만 다른 지역은 공무원·사회복지사 중심이라 야간·주말에 공백이 생긴다. 어르신들이 가장 외로운 시간대에 돌봄이 끊기는 현실이다.

따라서 공공 돌봄은 서비스와 연계해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주체가 맡아야 한다. 대화 데이터를 질병 조기 예측에 활용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ㅡ궁극적으로 공공 돌봄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융합센터 설립이다. 지금처럼 보건·복지·안전·IT가 따로 움직이는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 CCTV 통합관제센터가 관제 요원을 통해 24시간 모니터링하고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과 즉시 연계하듯 돌봄 데이터도 실시간 분석과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돌봄 로봇이 포착한 외로움·자살 충동 같은 신호는 현재 행정·보건·의료 사이에 책임이 분산돼 제대로 연계되지 않는다. 융합센터에는 데이터 전문가와 의료·복지·안전 인력이 함께 있어야 패턴을 발견하면 즉시 정신건강센터·보건소 등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감정 개입 없이 기록을 축적·분석할 수 있어 질병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에 약하며 주관이 개입되는 사람과 다르다. 장기적으로는 치매 예측 AI 개발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돌봄 현장 종사자는 판단자가 아니라 관찰자가 돼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규정과 주체를 명확히 정해 예방 중심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