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통폐합, 지방선거 앞둔 여권의 ‘표심 전략’되나
최대 500개 기관 재편 지방 민심 달래기 카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과 대규모 통폐합이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최대 500개 기관이 이전·재편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 속에 각 지역 유권자들의 이해관계가 직결되면서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충북·대구·전북·광주·대전·충남 등 지방자치단체는 발 빠르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여권은 이를 '균형발전과 민생 공약 이행'으로 강조하며 선거판에서의 민심 흡수 효과를 노린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 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지역 표심을 자극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정기국회 중점처리법안 중에서 공공개혁을 위해 공공기관 임원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통폐합을 제대로 하라고 지시했다"며 "비서실장 주재 별도 TF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2024년 기준 공공기관 정원은 42.3만 명으로 행정국가공무원 76.3만 명과 비교하면 55.43%에 이른다. 공공기관 예산은 947.4조원으로 올해 정부예산 673.3조원과 비교하면 140%에 이른다.
하지만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정책 효과를 문제 삼는다. 특히 수도권 역유출 사례와 혁신도시의 정체 문제를 지적하며 “보여주기 행정”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수도권 기반 의원들은 ‘이전 반대론’을 통해 해당 지역 민심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야 간의 신경전은 대전시에서 표면화됐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대전시가 공공기관 유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하면서 '이전 공공기관 대전 범시민 유치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장 의원은 "대전시는 공공기관 이전 유치를 위한 준비가 너무 안 돼 있다"며 "이장우 시장이 사실상 손을 놓은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이장우 대전시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대전시의 여러 정책과 성과를 부정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일부 정치인의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대전시는 여러 기관과 이전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혁신도시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은 이전보다 통폐합 논의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주무 부처가 서로 달라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아 여야 정치공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논란은 영남 민심과 직결돼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공기관 이전·통폐합을 두고 '내년 6월 지방선거용 지역 균형발전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지방 이전은 지역 표심 확보에, 통폐합은 개혁 이미지 강화에 각각 효과를 노릴 수 있다"며 "그러나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경우, 역풍을 맞아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