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로드] (12) 싱가포르, 핀테크·ESG 전초기지···'거점' 토스證·'교두보' 농협銀

핀테크·디지털 자산 제도 정비 속 외국계 실험장 현지 3대 은행 견고한 지위, 녹색금융 수요 확대

2025-09-02     박소연 기자
싱가포르는 핀테크·디지털 자산 제도 정비로 외국계 금융사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는 글로벌 자본과 금융사가 몰리는 전략적 거점으로 핀테크와 녹색금융을 앞세워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개방적 규제 환경과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외국계 금융사의 실험 무대로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 금융사들도 진출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싱가포르는 핀테크와 디지털 자산 제도 정비가 속도를 내면서 외국계 금융사의 테스트베드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지역 본부와 투자펀드가 몰리는 가운데 현지 3대 은행의 견고한 시장 지위와 높은 비용 부담은 여전히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반면 녹색금융을 중심으로 한 신흥 프로젝트 투자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의 ‘2025 싱가포르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이 아시아 본부를 두고 있으며 현지 3대 은행인 DBS·UOB·OCBC가 금융 시스템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하면서 통화정책과 금융 범죄 방지, 디지털 자산 규제, 결제시스템 관리 등을 총괄한다.

MAS는 다양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신기술과 금융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핀테크 기업이 혁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등록된 핀테크 기업은 1600개를 넘었으며 이 가운데 결제 서비스 기업이 31%(496개사), 핀테크 인프라 제공업체가 18%(288개사)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 관리 서비스 분야에서 활발한 기업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전환과 기술 혁신도 핵심 축으로 꼽힌다. MAS는 ‘금융 부문 기술혁신(FSTI) 3.0’ 프로그램을 통해 AI·빅데이터·양자기술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1억 싱가포르 달러를 투자해 금융 데이터 분석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러한 정책적 뒷받침이 싱가포르 금융산업이 국제 금융허브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금융사들의 진출도 이 같은 환경 변화와 맞물려 본격화되고 있다. 토스증권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싱가포르 자회사 ‘토스증권 글로벌’을 설립하기로 확정했다. 5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세워지며 미국 법인에 이어 두 번째 해외 거점이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법인 설립과 관련해 “회사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적 거점이며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법인을 통한 경험에 이어 싱가포르를 글로벌 허브로 활용해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하겠다는 복안이다.

NH농협은행도 싱가포르를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지점 개소 준비에 나섰고 싱가포르통화청이 농협은행의 사업 계획과 자산 규모를 검토 중이다. 출범이 완료되면 농협은행은 홍콩, 런던과 더불어 또 하나의 국제 네트워크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최근 강태영 은행장은 직접 싱가포르, 홍콩, 런던 지점을 순방하며 현지 기반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농협금융은 올해 하반기 싱가포르 지점 인가를 추진 중이다. 현재 현지에는 NH투자증권 자산운용 법인 ‘NH-ARP’가 운영되고 있는데 지점이 개설되면 은행과 증권 간 협업 기반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싱가포르 시장은 기회와 함께 뚜렷한 도전 과제도 존재한다. 현지 은행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고객 데이터와 충성도를 기반으로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외국계 금융사들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인건비 부담과 엄격한 규제 환경도 장벽으로 꼽힌다. 우수 인력 확보는 용이하지만 비용이 높고 MAS는 혁신을 장려하면서도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 방지 등 금융 범죄 예방 규제를 철저히 적용하고 있다. 한국 금융사들은 현지 규제 준수 체계와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해야 안정적인 안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