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MAGA 상륙시킨 韓 언론···'깅그리치' 극우 낙인 후폭풍
집단 행동 SNS서부터 본격화 MBC-정규재 음모론 집중 겨냥 한미 동맹 노선서 퇴출 움직임
한국의 일부 언론이 미국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을 ‘극우 정치인’으로 규정하자 마가(MAGA) 진영의 집단포화가 뒤따랐다. 여기에 보수 성향을 자처하는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까지 가세해 깅그리치를 공격하면서 논란은 한층 더 확산되는 양상이다.
2일 미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깅그리치가 8월 27일 워싱턴타임스에 게재한 기고문이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보수·종교계 압수수색과 미군과 협의 없는 오산기지 조사를 “숨 막히는 탄압”이라 규정하며 “동맹 신뢰를 무너뜨린 오만”이라고 직격했다.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몇 주가 동맹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시기”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국제 사회에선 트럼프 멘토의 이같은 발언이 한국 정부를 향한 마지막 경고장으로 해석됐지만 MBC는 같은 메시지를 보도하면서 깅그리치를 ‘극우 정치인’으로 단정했다. 워싱턴 보수 진영의 상징적 인물에게 낙인을 찍은 보도는 곧바로 역풍을 불러왔다.
미국 보수 인플루언서 크리스토퍼 코스틱은 SNS에 “MBC는 한국의 공영방송이 아니라 중국공산당(CCP) 방송”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MBC, JTBC, 코리아 CNN이 지배권을 두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적으며 미국 보수 진영 주요 인사들을 직접 소환했다. 뉴샴 그랜트, 고든 창, 로라 루머 등 보수 논객들도 공격에 가세했고 MBC는 단숨에 중국 공산당 노선을 대변하는 방송사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됐다.
MBC 측에선 한미 MAGA 진영을 내란 세력으로 규정하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와 노선을 함께하는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이 맞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깅그리치는 미국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대표적 인물”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번 기고문이 한국 민주당 정부를 직접 겨냥한 사실을 강조했다.
정규재 씨는 또한 깅그리치가 통일교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을 들어 이번 기고문이 특정 세력의 요청이나 종용을 받아 작성됐을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어 “깅그리치의 싸구려 정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표현까지 쓰며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이번 사안을 접한 미국 워싱턴 내 보수 여론은 “정규재가 MBC를 옹호하며 깅그리치를 공격한 것은 낙하산 사장 자리를 노리고 트럼프 진영 전체를 겨냥한 것과 같다”는 해석으로 모아지고 있다. 동시에 한미간 언론계 충돌을 넘어 동맹 신뢰의 균열로 해석되고 있다.
더 나아가 논란은 언론사 메시지를 넘어 현업 기자들에게도 파급되고 있다. 워싱턴 현지에 체류 중인 전한길 강사는 취재 차 연락한 MBC 기자에게 “이쯤에서 퇴직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전하며 불신을 실감케 했다.
미국이 동맹을 평가하는 핵심 잣대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다. 이번 사안은 한국 언론 스스로가 동맹의 신뢰 기반을 흔든 사례로 각인될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미국 조지아 주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MAGA 핵심 인사는 "워싱턴에서 형성된 불신은 향후 정상회담 의제와 방위비 협상, 더 나아가 경제·안보 전반에서 한국에 불리한 조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상황 전개"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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