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흔들리는 韓 국채···이재명 정부 적극 재정, 불균형 심화

1.6% → 올해 23.9% 국채 이자 비용 늘어 미래 세대 부담 가중

2025-09-01     이상무 기자
한국 경제가 '0%대 저성장' 늪에 빠진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재정 역할 확대를 골자로 한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연합뉴스

국채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급증하면서 한국 재정이 글로벌 ‘외풍’에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는 '슈퍼 예산'을 편성하면서 미래 세대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채는 2025년 1273조3000억원(GDP 대비 48.1%)에서 연평균 6.7% 증가해 2029년에는 1788조9000억원(58%)에 이를 전망이다. 국채 증가는 지출에 비해 수입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다. 외국인이 국채를 많이 사면 한국의 자금 조달비용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진다.

국채의 외국인 보유율은 2006년 1.6%에 불과했는데 지난 7월 말 23.9%까지 뛰었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경우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할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서 차기 정부의 국채 발행 운신 폭도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은 국채 외국인 보유율이 11.9%다. 나머지는 자국 국민과 금융기관이 갖고 있다.

국채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내년 국채 이자 비용은 36조4000억원에서 2029년 44조원으로 증가해 총지출의 약 5%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는 세금으로 충당했다면 줄일 수 있었던 비용이어서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재정을 마련하는 주요 방식은 세금과 부채다. 이 둘을 최소화하려면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낮은 국가채무비율 △높은 복지 수준(재정지출) △낮은 조세부담률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 스웨덴처럼 높은 복지 수준과 낮은 국가채무비율을 유지하려면 높은 조세부담률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원래 복지 수준, 조세부담률, 국가채무비율이 모두 낮은 편이었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조세부담률은 2025년 18.6%, 2026년 18.7%, 2027년 18.8%, 2028년 19.0%, 2029년 19.1%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2022년 22.1%보다 낮은 수준이자,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전망치(2028년 19.1%)보다도 낮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29년 1788조9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내년 재정 지출 증가율은 8.1%지만 수입 증가율은 3.5%에 불과하다. 그 결과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4.0%로 위험 수위에 다가선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적자성 채무의 가파른 증가는 국민의 실질적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이자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운용의 경직성 심화 등의 문제를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적극 재정을 씨앗에 비유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은 경제 대혁신을 통해서 회복과 성장을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며 “뿌릴 씨앗이 부족하다고 밭을 묵혀 놓는 그런 우를 범할 수는 없다.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강조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여성경제신문에 “재정이 성장과 민생 회복에 기여하도록 역할을 하고, 그에 따른 세수 확보로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야권은 국민 생활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2026년도 예산안은 국민 지갑을 담보로 잡고, 미래 세대의 등골까지 저당 잡은 세금 폭탄·빚잔치 예산"이라며 "총지출 728조 원. 선도경제와 포용복지로 치장하지만, 실제로는 증세와 사상 최대 적자 국채, 무분별한 국민연금펀드 투입을 통해 국가 재정을 위험 수준까지 몰아가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방만한 재정 구조가 국민 일상에 직접적인 '비용 청구서'로 전환되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떠넘겨진다"며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빚의 늪에 빠지는 재정 악순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