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EU 특혜 사라진 韓 반도체···"생산 차질·매출 하락 불가피"

개별 허가 받아야만 부품 들일 수 있어 변동성 큰 중국 시장 철회 가능성 충분 中 "기업 권익 수호 위해 조치 취할 것"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 '압박' 불가피

2025-09-01     김성하 기자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개별 허가를 받도록 제한했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단기 변수가 아닌 장기 리스크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SK하이닉스는 해당 사안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사업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VEU 제도는 미국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해외 기업을 지정해 일부 품목을 별도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이번 제외 조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미국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협회 부회장은 "12나노 이하 공정은 중국에서 생산하지 말라는 신호"라며 "미국의 통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중국 철수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통제가 장기화하는 만큼 중국 철수가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전 부회장은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반도체 통제가 6년 가까이 이어졌다"라며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변동성이 큰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VEU 철회 결정이 다음 달 2일 관보에 게재된 뒤 실제 실행까지 120일의 유예기간이 있다"라며 "이 기간 동안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미 정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정부 대응 상황도 주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2022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장비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중국 내 다국적 기업에는 건별 허가제를 적용하면서 일부 기업만 예외로 인정했다. 국내 양사는 2023년 10월 VEU 적용을 받아 첨단 장비 수출이 가능했지만 지난달 29일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철회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업계는 번복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30일 "미국의 조치는 이기적 이익에 기반에 수출 통제를 도구화한 것"이라며 "중국은 기업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글로벌타임스 역시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미국 조치가 한국 기업의 장비 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을 위축시켜 오히려 미국 기술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부회장은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 간 경계를 허무는 기술이 연구되는 상황에서 중국에서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면서도 "생산 장비 통제가 지속되면 중국이 레거시 장비만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 반입이 지연되면 첨단 공정 전환이나 생산량 확대가 어려워지고 이는 매출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라며 "결국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