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빈살만 눈치보나? 제3자 배정 방식의 SM 주가조작 실탄의 정체

김범수·배재현이 주범, 지창배는 브릿지 역할 카카오·원아시아·사우디 자금 얽힌 다층 구조 고려아연은 단순 LP 출자로 실제 지휘선 아냐

2025-09-01     이상헌 기자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카카오의 자금줄은 다름 아닌 엔터테인먼트 워싱을 노린 빈 살만의 사우디 국부펀드(PIF)였다. 카카오는 이 자금을 제3자 배정 신주 형태로 끌어와 주가 방어선에 투입했지만 검찰은 수사 초점을 고려아연 등 국내 기업에만 맞추고 있다.

검찰은 지난 29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징역 15년,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에게 징역 12년을 각각 구형했다. 시세조종의 공범으로 지목된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에게는 10년, 김태영 부대표는 7년이 구형됐다. 특히 김범수에게 적용된 15년은 주가조작 사건에서 법원이 내릴 수 있는 최대 형량에 해당해 투자은행(IB) 업계도 술렁였다.

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SM엔터 인수전의 출발점은 2023년 2월 7일 SM 이사회가 카카오에 2170억 원 규모의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을 의결하면서였다. 이른바 ‘제3자 배정’ 구조였다. 불과 하루 뒤 이수만 전 총괄은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강력 반발했다.

당시 이런 상황을 뒤집은 것은 2월 10일 하이브가 이수만 보유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였다. 하이브가 12만 원 공개매수 가격을 제시하자 SM 주가는 순식간에 긴장 국면으로 돌입했다. 카카오는 이를 무력화할 ‘실탄’이 필요했다.

브릿지 역할은 검찰이 공범으로 지목한 원아시아가 맡았다. 2월 14일, 원아시아는 불과 하루 만에 자금을 납입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고 성과보수를 30%까지 보장하는 이례적 조항을 삽입했다. 곧이어 2월 15일 고려아연 등 LP에서 1016억 원이 출자됐고, 이 자금은 이튿날부터 헬리오스1호 SPC를 통해 장내 대량 매집에 투입됐다. SM 주가는 단숨에 12만 원 선을 돌파했다.

카카오와 원아시아 간 공모 혐의의 중심에는 사우디 자금이 도착하기 전 2월 10일 투입된 ‘하바나제1호 사모펀드’가 있었다. 하바나제1호의 전체 규모는 1112억 원이었고 이 중 1016억 원이 고려아연 등에서 조달됐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카카오 핵심 인사가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에게 직접 1000억 원 규모 SM엔터 주식을 장내에서 매집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원아시아는 불과 1영업일 만인 2월 14일 하바나제1호 펀드의 정관을 이례적으로 개정했다.

여기서 고려아연은 유한책임사원(LP)의 출자금에 불과했다. LP는 법적으로 운용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로, 실제 전략을 짠 주체는 펀드를 설계한 원아시아와 이를 지시한 카카오 측이었다. 당시 정관 개정에는 운용사 요청 시 LP가 단 하루 만에 출자금을 납입해야 한다는 조항과 기준수익률과 무관하게 향후 수익의 30%를 운용사가 가져가는 구조가 추가됐다.

즉, 펀드 자금의 투입 경로는 배재현–지창배 라인이 전적으로 설계한 공모 구조였으며 진짜 ‘게임 체인저’는 사우디 PIF의 오일머니였다. 2월 24일 카카오엔터에 8975억 원이 1차 납입됐다.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통해 유입된 이 자금은 곧바로 SM 주가 방어선에 투입됐고,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사실상 차단하는 결정타가 됐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인물 관계 및 역할 /디자인=여성경제신문

사우디로부터 도착한 실탄이 공급되자 주가는 가파르게 뛰었다. 3월 8일, SM 주가는 종가 기준 15만8500원을 기록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지속하려면 최소 16만 원 이상을 써야 했던 상황이었고, 결국 하이브는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SM은 카카오 손으로 넘어갔다. 

국제적으로 코너에 몰린 빈 살만의 친환경 워싱, 스포츠 워싱에 이어 문화·연예를 통한 이미지 세탁 전략이 SM엔터를 매개로 노골화된 사건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SM 인수전은 카카오·원아시아·사우디 자금이 얽힌 다층 구조였지만, 검찰 수사는 국내 기업을 향해 좁혀지고 있다”며 “국제 자금의 흐름까지 투명하게 밝혀져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