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시형·윤방부 박사의 '저속노화' 루틴···'평생 현역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

<평생 현역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 "늙는다고 다 같은 늙음은 아니다" 8090 명의의 100세 시대 건강 전략

2025-09-01     김정수 기자
'평생 현역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 표지 /깸

100세 시대, 길어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단순히 오래 사는 시대는 끝났다. 문제는 '어떻게 늙을 것인가', '어떻게 끝까지 현역으로 살 것인가'다.

1일 출간된 <평생 현역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92세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와 83세 가정의학과 의사 윤방부 박사. 두 저자는 지금도 매일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하며 '현역'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세 계절을 넘기며 나눈 12시간의 대담이 책으로 정리됐다. 이 책은 건강을 넘어 인생의 리듬과 방향까지 설계하는 실천적 지침서다.

일을 멈출 때 노화는 시작된다

"열변을 토하고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말 한마디도 못 할 만큼 피곤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이시형 박사는 정신의학계의 거장이자 '화병'을 세계 정신의학 용어로 정립한 의사다. 지금도 매일 세로토닌문화원에 출근하고 전국을 누비며 강연을 이어간다.

"지금도 8kg 아령 200번 3세트를 기본으로 듭니다." 윤방부 박사는 국내 가정의학과를 만든 장본인이다. TV 건강 프로그램의 원조 '국민 주치의'로 불린다. 지금도 매일 KTX를 타고 병원으로 출근해 주 5일 진료하고 하루 3시간씩 유산소·근력 운동을 실천한다.

두 사람은 늙지 않는 비결을 '현역성'에서 찾는다. 현역이란 단지 직장에 다닌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기 역할이 있고, 사회와 연결돼 있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감각이다. 이들은 "일은 뇌를 살리는 명약"이고 "자기 힘을 다해 사는 것이 질적 장수"라고 강조한다.

핵심은 '나에게 맞는 건강법' 찾기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두 사람의 루틴이 정반대라는 것이다. 이시형 박사는 하루 한 끼에 가까운 소식, 걷기·햇빛 쬐기·공동체 활동, 매일 명상을 실천하는 '세로토닌 명상파'다. 윤방부 박사는 햄버거와 콜라도 즐기며 3시간 운동을 쉬지 않는 '3시간 운동파'다.

하나는 '적게 먹고 적게 움직이기', 다른 하나는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이기'. 방식은 달라도 방향은 같다. 약이 아니라 루틴, 수명이 아니라 현역성. 핵심은 수치 중심의 건강 관리가 아니라 '나만의 감각'과 '지속 가능한 실천'이다.

늙는다는 건 두 번째 성장을 시작하는 것

책의 후반부는 건강을 넘어 인생 2라운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로 확장된다. 이시형 박사는 지금도 손 글씨, 독서, 글쓰기, 강연을 멈추지 않는다. 윤방부 박사 역시 진료와 방송, 후학 양성을 병행한다.

두 사람은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속도보다 방향, 양보다 질, 생존보다 성장이다. 새로운 공부, 소소한 도전, 나만의 철학을 키우는 노력. 바로 그것이 '늙지 않는 삶'의 원동력이다. 죽음에 대해서도 "직면하는 순간 삶이 선명해진다"며 담담하게 풀어낸다. 죽음을 준비하는 습관이 삶을 겸손하고 풍요롭게 만든다고 전한다.

건강이든 공부든 죽음이든 결국 답은 일상 속 루틴에 있다. 책에는 '누구든 자신의 방식으로 약 없이 오래,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저자 소개

이시형 박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 과학자. '실체 없는 병'으로 여겨지던 화병을 세계적 정신의학 용어로 정립한 정신의학계의 권위자다. 현재 사단법인 세로토닌문화 원장, 한국의미치료학회 회장, 뉴로세로토닌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흔이 넘은 지금도 활발한 연구와 강연을 통해 자연치유와 마음 건강의 해법을 전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배짱으로 삽시다', '세로토닌하라', '이시형의 인생수업', '아버지, 100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등 120여 권이 있다.

윤방부 박사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한국에 23번째 전문 과목인 가정의학과를 만든 명실상부한 한국 가정의학 창시자다. 가천대학교 부총장, 경복대학교 명예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천안아산충무병원재단 회장 및 '현역 의사'로서 활동하며 초고령사회를 위한 건강과 삶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KBS TV '윤방부의 생활건강'을 통해 의사 최초로 TV에 출연했으며 '국민 의사'라는 별칭으로 오랜 신뢰를 받아왔다. 대표 저서로는 '가정의학원론', '윤방부 교수의 긴급건강진단', 'CEO들이여 건강을 먼저 경영하라', '건강한 인생, 성공한 인생' 등 다수가 있다. 


본문 중에서

요즘도 강연할 때는 가슴이 터질 듯 열정적으로 합니다.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열변을 토해요. 낯선 장소에서 강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 앉아 있으면 한마디도 하기 싫을 만큼 피곤한데요. 이렇게 딱 죽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만큼 행복한 거죠. 윤 박사님 말씀처럼 질적 장수란 풀파워(full power), 즉 자기 힘을 다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얼마나 건강하고 멋진 인생인가요. 
_27쪽 <'풀파워'로 살다 죽는 게 질적 장수> 중에서 

일은 뇌와 마음도 활성화합니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과 협력하며 목표를 세우고 성취해 가는 모든 과정이 뇌를 자극하죠. 그래서 저는 “일을 한다는 것은 곧 뇌를 살리는 명약이다”라고 말합니다. 특히 나이 들어서도 일을 계속하면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치매 예방 효과도 큽니다. 
_92쪽 <일은 뇌를 살리는 명약이다> 중에서 

결국 건강에 대한 잘못된 질문들은 ‘비법’을 찾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저는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 음식이 좋나요?”가 아니라 “내 식단은 균형 잡혀 있나요?”, “최고의 운동은 무엇인가요?”가 아니라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은 뭔가요?” 이렇게 물어보는 게 건강한 삶의 진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_120쪽 <지식의 의사와 지혜의 의사> 중에서 

성장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삶에 방향이 생깁니다. 목표가 있는 사람은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살아 있는 시간으로 채워나가게 되죠. 우리의 뇌는 목표를 가질 때 활성화되고 몸은 목적을 향해 움직일 때 생기를 얻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매년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니며 새로운 공부를 이어가고 있어요. 그 모든 것들이 제가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이유가 되어줍니다. 
_244쪽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중에서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 “죽는다는 건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철학적인 정리라고 생각해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자기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죽음을 생각해 보는 습관이 사람을 바꾸기도 해요. 칭찬하는 마음이 생기고, 겸손해지고, 관대해지거든요. 
_291쪽 <건강할 때 죽음을 준비하라> 중에서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