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장 밖으로 나가다···신세계·현대·롯데 ‘신사업 드라이브’
프리미엄 여행상품 선보인 신세계 현대·롯데百, F&B 브랜드 론칭 신사업 통해 본업 부진 만회 노려
백화점업계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에 실적까지 부진한 상황에서 신사업 발굴을 통해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본업에서 나아가 여행 사업부터 카페까지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매출이 일제히 감소한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3사가 점포 리뉴얼 등 장기 투자를 병행하며 차세대 성장 동력인 신사업 발굴을 통해 업황 회복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여행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은 새로운 온라인 쇼핑 채널 ‘비욘드신세계’와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를 함께 공개했다. 비욘드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리뉴얼한 것으로 상품 확인부터 온라인 결제까지 가능하게 만든 앱이다. 이와 함께 해당 앱 내 여행 카테고리인 ‘비아신세계’를 추가한 것이다. 비아신세계에서 여행 상품들을 선보이고 예약과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비아신세계 오픈과 함께 처음 공개한 패키지는 먼저 명사와 함께 떠나는 여행으로, 이탈리아 대표 건축물에 대한 유현준 건축가의 해설을 여행하며 직접 들을 수 있는 패키지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뉴욕 카네기홀 공연을 직접 즐길 수 있는 여행, 올해 12월 아시아 최초로 싱가포르에서 출항하는 디즈니 크루즈를 타고 항해를 떠날 수 있는 여정 등도 선보였다. 또한 목적지, 프로그램, 인원까지 모두 비공개에, 떠나는 날짜와 2인 기준 여행금액 200만원만 공개된 ‘OFF THE MAP’ 여행 패키지도 앱 내 참여 이벤트를 통해 추첨으로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이 선보이는 여행 상품은 모두 자체적으로 기획과 운영을 담당한다. 백화점이 직접 기획과 운영을 맡은 여행상품을 선보인 건 업계 최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기획과 운영은 신세계백화점이 주도적으로 하고 현지 가이드와 호텔 예약 등을 해주는 현지 랜드사들과 함께 협업한다”고 설명했다.
비아신세계는 프리미엄 여행 플랫폼을 표방하는 만큼 백화점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VIP 고객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욘드신세계의 상품뿐만 아니라 비아신세계의 여행 상품 구매도 백화점 VIP 실적 금액으로 인정된다. 이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VIP 고객을 붙잡을 수 있는 ‘락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또한 여행상품 수요를 키울수록 면세점까지 연계가 가능해 소비 진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밑받침이 될 전망이다.
F&B(식음료) 사업에 뛰어든 백화점도 있다. 최근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고물가 소비 침체에 명품이나 의류 소비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식당가에서 소비를 더 많이 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백화점은 식당가 리뉴얼부터 인기 있는 디저트 카페, 글로벌 F&B 브랜드까지 백화점 내에 입점 시키는 등 먹거리에 더욱 힘주고 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현대백화점은 아예 자체 카페 브랜드 ‘틸화이트’를 론칭했다. 백화점이 자체 기획 및 개발한 F&B 카페 브랜드를 선보이는 건 업계 첫 사례다. 틸화이트 1호점은 더현대 서울 2층에 지난 7일 공식 오픈했다. 커피 11종과 논커피 9종 등 총 20여 종으로 구성된 틸화이트 시그니처 음료들과 식빵 7종과 16종의 스프레드로 베이커리 메뉴도 함께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이 자체 카페 브랜드 틸화이트를 론칭한 건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콘텐츠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백화점을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닌 ‘백화점이 제안하는 세계관을 체험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백화점은 싱가포르의 고급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 국내 판권을 확보하며 카페 사업을 키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9월 ‘바샤커피’의 국내 프랜차이즈 및 유통권 단독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 청담동에 1호점인 ‘바샤커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론칭한 이후, 올해 4월 롯데백화점 본점에 2호점을, 지난주 잠실점에 3호점까지 연이어 오픈했다. 롯데백화점몰에 ‘바샤커피’ 전용 브랜드관을 오픈하며 온라인 사업도 본격화 했다.
이처럼 백화점 업계는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유통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과거처럼 신규 점포를 대규모로 확장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 사는 기존 점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특정 고객층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정밀하게 겨냥한 맞춤형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쇼핑 공간을 넘어 카페·여행·문화 체험 등 복합적인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의 신규 출점은 부지 확보와 투자비용 부담이 커 사실상 정체 상태에 가깝다”며 “앞으로는 점포를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