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30% '통행세'에 뿔난 게임사들···韓도 '수수료 전쟁' 가세
에픽게임즈 국내 앱 생태계 개선 지원 EU, DMA로 구글 압박 정책 변화 견인 게임사 저가 수수료, D2C로 대안 모색 "소비자 후생 측면 긍정적 변화 기대"
구글·애플 앱 결제 수수료를 두고 소송을 이어온 글로벌 게임사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국회 간담회에 참석하면서 '앱 마켓 수수료'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글로벌 주요국이 빅테크를 상대로 소비자 권익 강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제도 개선과 대안 논의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는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앱 마켓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글로벌 빅테크의 인앱 결제 강제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바람직한 앱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개발사로 2020년부터 구글·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를 문제 삼으며 반독점 소송을 진행해 왔다. 애플과의 소송에서는 10건 중 9건을 패소했지만 외부 결제 차단 조항에 대해서는 승소했다.
반대로 구글과의 소송에서는 플레이스토어·결제 서비스 독점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끌어냈으며 항소심에서도 원심이 유지됐다. 구글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3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미국 앱 마켓 정책 전반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사들도 인앱 결제 수수료에 불만을 제기해 왔다. 지난 5월에는 100여 개 업체가 미국 연방법원에 구글·애플이 부과한 30% 수수료 중 20% 이상을 반환받기 위한 집단 소송에 나섰다.
에픽게임즈 CEO의 방한은 같은 문제에 직면한 한국에 힘을 보태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그는 "미국 법원은 구글과 애플을 불공정 행위로 규정했고 한국도 같은 조치가 적용돼야 한다"라며 "공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소송 과정에서 알게 된 모든 것들을 가능한 선에서 공유하겠다"라고 밝혔다.
한국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 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을 도입했지만 구글·애플은 제3자 결제에도 유사한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며 사실상 법망을 피해 왔다. 이러한 구조는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에 특히 큰 부담이 되며 수익 악화와 사업 지속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2022년 11월 발효된 '디지털시장법(DMA)'으로 구글·애플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DMA는 검색, 광고, 앱 마켓 등 시장 지배적 플랫폼 전반을 규율하며 위반 시 해당 기업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이다.
실제 구글은 지난 19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EU 지역 플레이스토어 약관을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신규 고객 유치 수수료를 10%에서 3%로 낮추고 서비스 유형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화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결제 방식'에 한정된 규제를 적용한 반면 EU는 플랫폼 지배력 전반을 규율하며 정책 변화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제도 개선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발의된 '앱 마켓사업자 영업 보복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에 따라 외부 결제를 선택한 콘텐츠 제공자에 대한 보복 행위(심사 지연, 삭제, 검색 순위 조정 등)를 금지하고 위반 시 최대 3배의 손해 배상과 입증 책임 전환, 방통위의 시정명령 의무화를 담고 있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법안 개정과 소송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장은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20% 수수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토종 앱 마켓 '원스토어'는 최근 5년간 게임 거래액 점유율에서 12.6%를 기록하며 애플 앱스토어(12.3%)를 앞질렀다.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지원하는 소비자 직접 판매(D2C) 웹스토어 '앱차지'는 누적 투자 유치액 8900만 달러(약 1228억원)를 달성했다. 국내에서는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해 9개 게임사가 투자에 참여했으며 현재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앱차지 코리아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서비스 준비에 나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인앱결제 구조는 소비자의 결제 수단 선택권을 제한하고 결국 소비자가 더 큰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구조"라며 "해외처럼 대체 결제 수단이 허용된다면 가격 경쟁 촉진과 함께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