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7조 추가 투자에 노조 '박탈감' 호소···업계 "설득력 부족"

노조, 美 투자 소식에 조합원 허탈감 사측 "원론적 공방은 교섭에 악영향" 美 투자, 관세·규제 대응 불가피 판단 노조 투표 90.92% 찬성, 쟁의권 확보

2025-08-28     김성하 기자
기자회견 하는 문용문 현대차노조지부장.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약 7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노조가 "성과에 걸맞은 공정한 분배와 조합원에 대한 투자가 가장 가치 있는 투자"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2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열린 18차 단체교섭에서 미국 투자와 관련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교섭은 지난 26일 이동석 현대차 사장이 직접 노조를 찾아 직원들에게 호소문을 발표한 이후 이뤄졌다. 

문용문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노조위원장)은 "미국 투자 소식에 조합원들은 허탈해하고 불안해한다"라며 "사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조합원들의 힘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성과에 걸맞은 공정한 분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원론적인 공방은 교섭 타결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라며 "현재 상황을 노사가 함께 대처해 나가자"라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사측이 일괄 제시안을 내놔야 한다"라고 맞섰다. 

앞서 노조는 지난 17차 교섭에서도 같은 요구를 내세우며 교섭 시간을 앞당겨 사측을 압박했다. 노조는 지난해 현대차 실적을 기준으로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및 상여금 900% 지급 △정년 연장 △주4.5일제 도입 △퇴직금 누진제 도입 △통상임금 위로금(조합원당 약 20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사측은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라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여파 등으로 영업 환경이 약화하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쟁 격화와 전동화 전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노조가 투자 결정을 '박탈감'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지 투자는 관세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를 노조의 박탈감 문제로 해석하는 건 국제 경쟁 구도를 간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측은 지난 25일 전체 조합원 4만2180명 중 3만9966명이 참여한 찬반투표에서 90.92%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날 18차 교섭에서는 통상임금 확대 적용, 제수당 신설, 해고자 복직, 신규 인원 충원, 소득세법 지원 등의 안건이 논의됐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