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원 더봄] 업로드는 간단하지만, 피해자의 상처는 깊고도 깊다
[손민원의 성과 인권] 이전의 일상이 올까요? 고통은 언제 끝날까요?
“평범한 중학생인 내가 뉴스에서 나오는 성범죄 피해자가 될 줄 몰랐어요. 같은 반 친구가 SNS에 올린 평범한 얼굴에 다른 사람의 나체 사진을 합성해 SNS에 게시하고 배포했습니다. 음란물로 둔갑해 단체 채팅방에 뿌려졌어요. 그날 이후 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친구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그렇지만 함께 퍼진 제 나이, 지역, 연락처로 수십 통의 성희롱 메시지는 끊임없이 옵니다. 어디까지 제 사진이 퍼졌는지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습니다.
처음엔 ‘얼굴은 나지만 합성된 사진은 내가 아니니 괜찮아’라고 머리로는 생각했었는데 누군가와 눈만 마주쳐도 ‘저 사람은 내 영상물을 봤을까?’ 하는 생각에 사람들을 만나는 게 두렵습니다. 상담도 받고 약도 먹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 정말 무섭습니다. 언제쯤이면 고통이 끝나는 걸까요? 저에게 피해 이전의 일상이 올 수 있을까요?”
누구나 쉽게 자신을 알리고 공유하는 시대입니다. 친구와의 추억도 남기고, 오늘의 패션도 기록으로 남깁니다. 우리는 N번방 사건으로 인해 온라인에서 중대한 성범죄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딥페이크 성범죄입니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쉽고 빠르게 스마트 기기에 접근하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더욱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2024년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178명 중 74%인 131명이 10대 청소년이었습니다.
인터넷 세상은 검색 몇 번으로 쉽게 딥페이크 영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23년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실태조사(전국 중1~고2 학생 4757명 대상)에서 성적 이미지 유포·공유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10대 청소년의 비율은 1.1%였습니다.
여기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대부분 친한 친구 사이였습니다(64.4%). 중고교 학생들 사이에서 성적 허위 영상물 제작·유포가 성범죄로 인지되지 않고 일종의 놀이 문화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장난으로 매일 학교에서, 학원에서 마주 보고 공부하며 노는 친구 또는 선생님을 성적 대상물로 만들어 낄낄거리면서 모욕했던 것입니다.
“처음엔 단순한 재미로 호기심에서 해봤어요. 장난삼아 그런 거예요. 범죄인 줄 몰랐어요.
한번 해보니까 자꾸 만들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만들어서 나만 보려고 했어요. 나만 보면 괜찮을 줄 알았어요. 친구들이 보여 달라고 해서 한두 명에게 보여줬더니 저를 인정해 주고 또 보여 달라고 하는 거예요.”
딥페이크 성범죄는 어떤 대비도 할 수 없고, 누구나가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은 강력한 처벌을 이야기합니다. 또 딥페이크 방지 기술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강력한 처벌, 중요합니다. 현재도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 소지·구입·저장·시청하는 행위는 모두 처벌이 따르는 성범죄로 형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처벌과 기술 발전의 중요도만큼 교육과 문화가 바뀌어 가야 합니다.
혐오와 차별이 무차별적으로 난무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딥페이크 피해는 대다수가 여성입니다. 여성을 성적 쾌락의 도구로 여기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디지털 세상 안에서도 성폭력에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일상을 무너뜨리는 딥페이크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지원센터 / d4U.stop.or.kr/ 1366 / 02-735-8994)
딥페이크 성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는 피해자 보호, 삭제 지원, 예방교육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성경제신문 손민원 성ㆍ인권 강사 qlov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