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민주당이 건넨 건 복지 아닌 폭탄

하청 노조, 원청 고소·집회 잇따라 고용 안정 흔들리고 복지 후순위로 강성 노조 수혜, 취약 노동자는 소외

2025-08-26     김현우 기자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하청·비정규직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고소·집회를 벌이고 있다. 법은 권리 확대를 내세웠다. 고용 불안, 복지 후순위, 사회보험 재정 악화, 노조 간 격차 심화 등 부정적 요인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이틀 만에 현장이 요동치고 있다. 현대제철 협력사 노조는 원청을 불법 파견 혐의로 고소했다. 네이버 자회사 노조는 본사 앞 집회를 준비 중이다. 

2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할 길을 열었다. 한데 산업계에선 고용 불안이 오히려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구조조정 압박이 큰 철강·석유화학 업종에서 그 우려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법이 바뀌었지만 일자리를 지키기는 더 어려워졌다. 회사가 신규 투자를 줄이고 빠져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교섭권 확대가 원청의 해외 이전을 앞당길 수 있다. 그 피해는 결국 비정규직에게 돌아온다”고 했다.

쟁의 의제 확대도 변수다. 기존에는 임금·근로시간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구조조정·투자 결정까지 포함된다. 고용노동부는 “세부 지침을 마련해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현장의 시선은 다르다. 한 석유화학업체 임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생산 라인을 줄일 때마다 파업이 벌어지면 정상적인 사업 조정은 어렵다. 그 과정에서 복지·후생비 같은 기본 혜택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했다.

사회보험 재정에 미칠 영향도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업 수익성이 줄면 고용보험·산재보험·건강보험 재원이 함께 감소한다. 사회보험은 취약 노동자의 안전망인데 이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금속노조처럼 규모와 조직력이 큰 단체는 법의 효과를 누리겠지만, 돌봄·서비스업처럼 여성·고령 노동자가 많은 업종은 여전히 제도 밖에 머무를 수 있다. 경기도의 한 요양보호사는 여성경제신문에 “우리는 노조도 없고 교섭할 창구도 없다. 강한 노조만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재계는 이번 법의 정치적 함의에 주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 자체도 문제지만, 정부·여당이 노동계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신호가 더 큰 부담”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노총 관계자는 “하청·비정규직의 복지를 위해 원청 책임이 필요하다. 이번 법은 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란봉투법은 노동자 권리 확대를 내세워 통과됐다. 그러나 고용 안정 약화, 복지 항목 후순위, 사회보험 재정 악화, 노조 양극화 등 부정적 결과가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복지를 지키겠다던 법이 오히려 복지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