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각장애인-안내견과 함께···삼성화재는 32년째 따듯한 '동행' 중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2주년 기념식 개최 8두 시각장애인과 동행 시작···5두는 은퇴 안내견 출생·활동부터 노후까지 '세심 케어' "내가 더 배웠다"는 봉사자···사업 가치 입증

2025-08-26     허아은 기자
삼성화재의 대표 사회공헌사업인 안내견학교가 개교 32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했다. /삼성화재

삼성화재의 대표 사회공헌사업인 안내견학교가 개교 32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했다. 자원봉사자와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안내견을 통한 경험과 소감을 나누며 안내견 양성 사업의 사회적 가치를 재확인했다.

26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기념식은 안내견과 함께한 이들의 여정을 축하하고 또 작별을 고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안내견 8두가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첫 발걸음을 내디뎠고 5두의 은퇴견은 새로운 가정에서 노후를 함께할 가족을 만났다.

먼저 암흑 속에서 귀로만 들을 수 있는 '오디오 드라마'가 상영됐다. 이를 통해 비장애인 참석자는 시각장애인의 일상에서 안내견이 어떤 도움을 주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행사에서는 생후 약 1년간 예비 안내견의 사회화를 담당했던 ‘퍼피워커’ 자원봉사자 가족의 소감이 돋보였다. 안내견 '태백'의 퍼피워커였던 이주현 씨는 "퍼피워커로서 태백이에게 세상을 알려주는 선생님이 되고자 했지만 실상 태백이가 저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내견 태백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네 번째 안내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향후 김 의원의 의정 활동을 도울 예정이다.

안내견 태백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네 번째 안내견으로 매칭돼 김 의원의 의정 활동을 도울 예정이다. /허아은 기자

이날 2024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마라톤 은메달리스트인 선지원 선수도 안내견 '나리'와 새로운 동행을 시작했다. 선 선수는 "나리는 똑똑해서 처음 가보는 길이라도 방향만 가르쳐주면 파트너가 원하는 바를 얼른 수행해 준다"고 전했다.

삼성화재의 안내견은 만 8세가 되면 현장에서 은퇴해 홈케어 가정으로 보내진다. 이날 총 5마리 안내견의 은퇴 기념식도 열렸다. 삼성화재 안내견은 현역 시절 노란색 조끼를 착용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주황색 조끼를 착용하게 된다. 이날 은퇴한 안내견 중 지니는 안내견학교의 '시범견'으로서 지난 2000년부터 활동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애견가였던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혜안과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는 생전 "삼성이 개를 길러 장애인 복지를 개선하려는 이유는 이런 노력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 국민 의식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는 단순히 제도와 시설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과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애견가였던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혜안과 철학에서 비롯됐다. /삼성화재

지난 1993년 이 선대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직후 설립된 안내견학교는 당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던 실험적 성격이 강했다. 사회 일각에서는 "사람도 못 먹고 사는 판에 개가 무슨 소용이냐"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선대회장은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면 우리가 옳았음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 후 30년이 흐른 지금, 삼성화재의 안내견 양성 사업은 사회의 복지 수준과 인식 변화를 이끄는 상징적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3년 설립된 이후 1994년 첫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308두의 안내견을 길러냈다. 안내견 양성 과정에는 퍼피워커 외에도 은퇴견 돌봄, 부모견 보호 등 총 2800여 가구의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았다.

현재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출신 안내견 중 85두가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행사에는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을 비롯해 시각장애인 파트너이기도 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수성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이사장, 김소현 해마루 반려동물 의료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문화 사장은 이날 축사에서 "지난 32년간의 발걸음은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든 동행이었다"며 "신규 파트너 분들의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