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롯데도 한미 정상회담 동행···관세 부담 속 K-소비재 미국 공략 밑받침 될까

이재현 CJ 회장, K푸드부터 뷰티까지 미국 현지 진출 위한 전략적 행보 롯데, 빼빼로·밀키스·롯데리아 美진출

2025-08-25     류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일 순방 경제인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 국내 재계 총수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가운데 CJ와 롯데 등 유통업계도 참석해 눈길을 끈다.

K-푸드부터 K-뷰티까지 미국 현지에서도 각광 받고 있는 만큼 글로벌 공략 요충지로 꼽히는 미국 방문을 통해 양국 간 교류 확대와 투자를 우호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 전환점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미 동부시간으로 25일 낮 12시15분(한국시간 26일 오전 1시15분) 시작된다. 이번 방미 일정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포함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등도 동행한다. 

이들이 이끄는 기업은 모두 국내 주력 산업을 대표하는 동시에 미국 현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롯데그룹이 참석한다. 롯데그룹도 동행하기로 했으나 신동빈 회장이 직접 참석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국내 유통업계는 경기 침체 장기화에 내수 침체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진출을 성장 정체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K-푸드와 K-뷰티 등 한국산 수출 품목 전반에 15%의 상호관세가 적용되면서 대미 협력의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K푸드와 컬처, 콘텐츠, 뷰티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한미 양국의 경제 협력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은 최근 미국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설정하고 현지 공략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경제사절단 합류 역시 미국 공략을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CJ그룹은 1978년 LA에 미국 지역사무소를 설립해 시작했다. 미국 법인인 CJ아메리카의 누적 투자액은 약 60억 달러(8조3000억원)로 현지 고용 인원만 1만5000명 수준이다. 

특히 CJ그룹 매출에서 약 70% 가량 차지하는 CJ제일제당은 지난 2019년 미국 냉동식품 제조업체 슈완스 컴퍼니를 한화로 약 2조원에 인수한 이후 현지 유통 채널 입점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실적 성과 역시 두드러진다. 올해 2분기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 매출은 1조36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성장했다. 해외 매출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북미의 경우 냉동밥(+19%), 치킨(+12%), 롤(+18%), 피자(+6%) 등의 견조한 성장을 토대로 1조11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울러 CJ제일제당은 지난 1일부터 사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케이콘(KCON) LA 2025'에 참가해 비비고 부스를 운영하며 미국 내 인지도 높이기에 나섰다.

CJ그룹은 현지 시설 투자에도 앞장서고 있다. CJ대한통운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협력해 미국 내 시카고, 뉴저지 등지에 물류센터 3개를 건립하는 프로젝트에 약 4억5700만 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한다. CJ 대한통운은 축구장 50개 면전에 달하는 토지를 제공하고, KOBC가 건설 자금을 담당한다. 이 프로젝트는 CJ대한통운 북미 공급망을 확장하기 위해 추진된 최초의 공공-민간 협업 사업으로 한국 기업들이 북미로 진출하는 수출 전진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사는 2026년 상반기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식품 생산시설에도 투자한다. CJ제일제당은 사우스다코타 주 수폴스 지역에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생산 공장(57만5000㎡, 축구장 80개 규모)을 건설 중이며, 초기 투자금은 약 7000억원에 달한다. 이 공장은 2027년 완공 예정이며, '비비고' 만두 및 에그롤 생산 라인, 물류센터, 폐수 처리 시설 등이 포함된다. 

CJ푸드빌은 미 조지아 주에 약 4700만 달러를 투자하는 제빵 및 식품 가공 공장을 건설 중이다. 올해 완공될 예정으로 베이커리 사업인 뚜레쥬르 사업 규모 확대에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뚜레쥬르는 미국 현지 30개주에서 17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식품·유통 채널 확장을 통해 의미 있는 매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캐나다 기반의 롯데인터내셔널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제과·빙과·음료·즉석식품 등 제품을 뉴저지·뉴욕 등 주요 교민 지역과 대형 유통망에 공급하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달 북미 최대 규모의 식품 박람회인 2025 서머 팬시 푸드쇼에 참가하며 미국 시장 진출 의지를 적극 나타내고 있다. 행사에서는 빼빼로를 비롯해 설레임, 국화빵, 조이(식물성 디저트), 자일리톨, 졸음번쩍껌 등 7개 핵심 브랜드를 선보였다. 스낵 제품군에서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1조원 규모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빼빼로 외에도, 쌀로별이 대표 제품으로 전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롯데웰푸드의 제과 제품 중 가장 많은 수출을 기록하는 빼빼로는 전체 수출량에서 북미 지역이 약 20%를 차지하고, 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는 2021년부터 연평균 30%의 성장세를 보이며 현지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는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망에 제품 입점을 진행하고 현지 판로 확대와 브랜드 입지 상승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 2023년 10월 미국 법인을 설립한 롯데GRS는 이달 롯데리아 캘리포니아 1호점을 출점했다. 외식 브랜드와 유통 계열의 시너지를 통해 매출 기반을 다각화하며 북미 사업을 그룹 전체 글로벌 매출에서 점차 비중 있는 축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부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한미 정상회담에 국내 유통업계 총수가 동행하면서 미국 현지 유통망과의 협력 논의를 앞당기고 초기 투자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또한 K-푸드와 K-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 해외 매출 확대와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