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50만원 넘게 써도 펫보험 가입은 '글쎄'···업계, 1%대 가입률 높이기 총력

반려동물 병원·유치원·장례 서비스 지출 급증 펫보험 가입률 1.7% 그쳐···비싸고 청구 복잡 전문 보험사 출범에 신선한 특약 개발·출시도 전문가 "펫 산업 커지는 만큼 상품 따라와야"

2025-08-25     허아은 기자
펫 서비스와 장례, 병원 진료 등 관련 지출은 급증했지만 정작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1%대에 머무르고 있다. /연합뉴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펫플렉스(FLEX)’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펫 서비스와 장례, 병원 진료 등 관련 지출은 급증했지만 정작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1%대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보험업계는 시장을 키우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25일 NH농협은행이 고객 데이터 27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에 연 50만원 이상 지출한 고객은 16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4년 전(11만7000명)보다 41% 늘어난 수치다. 연간 펫서비스를 10회 이상 이용한 고객도 같은 기간 12만명에서 15만명으로 25% 증가했다.

소비 패턴은 고급화 양상을 띠고 있다. 서울 지역 동물병원에서 건당 10만원 이상 고액 결제 비중은 2020년 19%에서 지난해 27%로 뛰었고 3만원 이하 소액 결제 비중은 37%에서 30%로 줄었다. 펫 유치원·호텔 서비스 이용 건수도 같은 기간 38% 증가했으며 건당 평균 결제액은 7만4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크게 높아졌다.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의 평균 이용 금액 역시 2020년 11만원에서 지난해 26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관련 전문 업체 수도 57개에서 83개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이제 단순한 반려를 넘어 가족과 자산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교육·숙박·장례 등에서 고급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펫보험 시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2024년 상반기 기준 한국의 펫보험 가입률은 약 1.7%로 스웨덴(40%), 영국(25%) 등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보험료는 월 2만~3만원 수준이지만 보장 범위 제한, 높은 자기부담금, 복잡한 청구 절차가 걸림돌로 지적된다.

진료비 표준 수가가 지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펫보험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표준 수가만 지정된다면 보험료가 획기적으로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맞춤형 미니보험, 모바일 청구 간소화, 펫 유치원·호텔·장례업체와 연계한 부가서비스 등을 내세워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펫보험만 취급하는 전문 보험사 ‘마이브라운(MyBrown)’ 이 출범하기도 했다.

색다른 상품이나 특약을 출시해 승부수를 띄우는 보험사도 있다. DB손해보험은 올해 획득한 9건의 배타적 사용권 중 4건을 펫보험 관련 상품으로 획득했다.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받은 특약으로는 △반려견 무게 구분에 따른 위탁비용 보장한도 차등화 △반려인 입원 시 상급종합병원 통원에 따른 위탁비용 보장 △반려동물의 행위에 따른 개물림사고 발생 시 행동교정 훈련비용 실손보장 등이 있다.

결국 소비 확대·보험사 경쟁·정부 제도개선이 맞물려야만 반려동물 보험 시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본지에 “펫 소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보험 상품이 성장하지 못하면 보호자 부담만 커질 수 있다”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합리적인 보장 설계와 신뢰 회복이 보험 시장 확대의 관건”이라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