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받아도 생활난···65세 이상 수령액 월 69만원 그쳐

통계청 '2023년 연금통계 결과' 발표 노인 월평균 수급액 최저생계비 절반 미수급자 86만명···"노후 빈곤 심각"

2025-08-25     김정수 기자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연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는 863만6000명으로 전체 노인 10명 중 9명꼴(90.9%)이었다. /연합뉴스

노인들이 받는 연금액이 최저생계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빈곤 문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연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는 863만6000명으로 전체 노인 10명 중 9명꼴(90.9%)이었다. 수급률은 전년보다 0.5%포인트 늘었지만 이들이 받은 월평균 연금액은 69만5000원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124만6000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중위값은 46만3000원으로 실제 절반 이상은 월 50만 원도 받지 못한 셈이다.

성별 격차도 뚜렷하다. 남성의 월평균 수급액은 90만1000원이었지만 여성은 51만7000원에 불과했다. 이는 남성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어 수급액이 늘어났지만 여성은 기초연금 의존도가 높아 물가 상승분만 반영돼 격차가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연금 종류별로는 기초연금 29만2000원, 국민연금 45만2000원, 직역연금 266만2000원, 퇴직연금 115만2000원으로 격차가 컸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쳐도 74만4000원으로 직역연금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가구 단위로 보면 연금 수급 가구의 월평균 수급액은 89만8000원, 중위값은 62만1000원으로 상당수가 최저생계비에 못 미친다. 연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65세 이상 미수급자도 86만명으로 집계됐다.

60~64세 노인의 경우 연금 수급률은 42.7%에 그쳐 정년퇴직 이후 연금 개시 전까지 소득이 끊기는 ‘소득 크레바스’ 문제가 드러났다. 같은 연령대의 수급액은 평균 100만4000원으로 65세 이상보다 높았지만 국민연금 개시연령(63세) 전후로 수급 여부가 크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승희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월평균 69만원이라도 받는 노인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그조차 못 받는 이들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노후 빈곤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을 올리자니 인구 감소로 부담 주체가 줄어드는 한계가 있고 줄이자니 노후 빈곤이 악화하는 딜레마가 있다”며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소득 보장 체계 전반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예전처럼 자식 부양에 의존할 수 없는 시대인 만큼 국가가 책임을 더 크게 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