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2.0] (59) ‘임대료 95%’만 강조하는 실버스테이, 총주거비는 왜 숨기나
임대료만 강조, 서비스료 기준은 ‘깜깜이’ 연금 생활자에겐 총부담 여전히 버겁다 중산층 주거 안정책? 선별형 상품 우려
정부가 추진하는 ‘실버스테이’ 2기 사업은 표면적으로는 중산층 노인을 위한 새로운 주거 대책으로 보인다. 공급 물량은 1500가구로 1기(700가구)의 두 배 규모다. 임대료를 인근 유사 시설 시세의 95% 이하로 제한하고 계약 갱신 시 증액을 5% 이내로 묶겠다는 조건은 겉으로만 보면 안정성을 담보하는 듯하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실버스테이는 일반 임대아파트와 다르다. 식사, 생활 지원, 안전관리 등 고령층 특화 서비스가 함께 따라붙는다. 문제는 정부가 임대료 상한만 규정했을 뿐, 서비스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식사비, 생활 지원비, 관리비 등의 산정 방식이 전적으로 사업자 자율에 맡겨진다면, 임대료가 아무리 저렴해도 총주거비는 크게 불어날 수 있다.
국토부가 내세우는 ‘95% 룰’은 임대료만 따진 계산이다. 그러나 실제 고령 입주자에게 중요한 건 임대료와 서비스료를 합한 총비용이다. 이 부분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한, 입주자는 계약 직전까지 정확한 비용을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인근 시설의 임대료가 월 100만원이라면 실버스테이 임대료는 95만원 수준이 된다. 하지만 여기에 식사비 50만원, 생활 지원비 20만원이 붙으면 월 165만원이 된다.
국민연금 신규 수급자의 평균 연금이 75만9000원, 전체 평균이 62만~63만원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은퇴 세대에게는 벅찬 금액이다.
정부는 “중산층 맞춤”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한데 실제로는 중산층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만 접근 가능한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에만 의존하는 은퇴 세대, 혹은 저축이 많지 않은 고령층은 애초에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한다.
현재 고령자 주거 시장은 한쪽에는 고가의 하이엔드 실버타운이, 다른 한쪽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 고령자 복지주택이 있다. 정부는 실버스테이를 통해 그 중간 지대를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서비스료에 대한 기준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오히려 ‘중산층 중에서도 여유 있는 집단’만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별형 상품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실버스테이는 장기 민간 임대(20년) 구조다. 사업자가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서비스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크다.
인건비 상승, 물가 인플레이션 등이 누적되면 서비스료가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입주자의 몫이다.
사회복지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정부는 왜 총주거비를 공개하지 않는가. 임대료만 강조하는 것은 정책 성과를 포장하기 위한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정작 소비자가 궁금한 건 실제 매달 내야 하는 총액"이라고 했다.
이어 "실버스테이가 진정으로 중산층 노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라면 정부는 서비스 항목별 요금 체계와 상한선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임대료 95%’라는 숫자는 공허한 홍보 문구에 불과하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