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 더봄] 하루 10페이지의 기적

[최인녕의 아들에게] 작지만 꾸준한 반복의 위력

2025-08-26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반복이 시간을 만나면 '복리 이자'를 받는 것 같아. 작은 행동을 매일 반복하면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바로 습관의 마법이고 인생을 바꾸는 진짜 비밀이야. /게티이미지뱅크

아들아,

어제 너를 보면서 문득 생각났어. 네가 어릴 때 피아노 레슨을 한두 번 빼먹다가 결국 포기했던 일이 있었지? 그때 네가 “엄마도 그런 거 있어요?”라고 물어봤잖아. 있다. 아니, 너무 많다.

누구나 좋은 습관을 갖고 싶어 해. 그런데 정작 습관을 만든다는 건 마치 높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 다이어트, 운동, 공부, 책 읽기… 모두 “해야겠다”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막상 시작하면 사흘도 못 가서 포기하게 되더라.

나도 그랬어. 늘 “책 읽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정작 책장에는 반쯤 읽다만 책들만 가득했어. 거울을 볼 때마다 구부정한 어깨가 속상했지만, 자세 교정은 늘 “내일부터” 하겠다며 미뤄왔지.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동료가 1년에 책 100권 읽기에 도전한다는 얘기를 들었어. 그 순간, 나는 내가 너무 게으르다는 생각과 함께 이 게으름이 시간이 갈수록 나를 무식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왔어. 거울 속 구부정한 어깨는 더 초라하게 보였고. 아마 그때가 내게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시작했어. 매일 자기 전에 딱 10페이지만 읽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깨 펴는 스트레칭 3분 하기. “10페이지? 그까짓 거?” “3분 스트레칭? 너무 쉽잖아?” 싶을 정도로 작은 시작이었지. 오히려 “이렇게 쉬운 걸 왜 진작 안 했지?” 싶더라. 그런데 2주쯤 지나자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어. 피곤한 날엔 “하루쯤은 괜찮겠지”라는 유혹이 고개를 들었지.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중단하지 않는다’고 다짐하고, 매일 실행한 걸 캘린더에 적어가며 점검했어. 그렇게 3개월쯤 반복하다 보니, 책을 읽지 않고 잠자리에 들면 양치질 안 하고 잔 것처럼 찜찜하고 죄책감까지 들더라. 아침 스트레칭을 빼먹은 날엔 오후에라도 꼭 해야 마음이 편해졌어.

그때 알았어. 반복이 습관으로 바뀌는 순간 일종의 ‘좋은 중독’이 된다는 걸. 재미있는 건 나쁜 습관도 똑같이 만들어진다는 거야. 매일 밤 “잠깐만” 하며 유튜브를 켰다가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동으로 냉장고 문을 열고 과자를 꺼내는 것도 모두 반복이 만든 중독이지. 결국 차이는 그 반복이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느냐, 아니면 더 안 좋은 곳으로 끌고 가느냐일 뿐이야.

습관은 거창한 결심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매일 같은 작은 행동을 지루할 만큼 반복하는 것, 그게 전부야. 그리고 그 지루함을 견뎌낸 사람만이 자신이 원하던 모습으로 변화하게 되는 거지. /게티이미지뱅크

그 작은 10페이지 읽기가 한 달이 지나니 책 한 권이 되었고, 책을 읽다 보니 다음 내용이 궁금해져 틈틈이 읽게 되면서 한 달에 두 권, 세 권을 읽을 수 있게 되었어. 아침의 3분 스트레칭도 점점 늘어나 전신 스트레칭 10분, 그리고 마음의 스트레칭인 명상까지 더해 매일 20분이 되었지.

결국 반복이 시간과 만나면 ‘복리 이자’를 받는 것 같아. 작은 행동을 매일 반복하면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바로 습관의 마법이고 인생을 바꾸는 진짜 비밀이야.

아들아, 네가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매일 하는 가장 작은 행동 하나를 찾아봐.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한 루틴 하나. 그걸 발견했다면, 너도 똑같이 중단 없이 반복해라. 그러면 언젠가 너도 닮고 싶던 그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기억해라. 습관은 거창한 결심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매일 같은 작은 행동을 지루할 만큼 반복하는 것, 그게 전부야. 그리고 그 지루함을 견뎌낸 사람만이 자신이 원하던 모습으로 변화하게 되는 거지.

네 몸이 네가 먹은 것과 운동한 것의 결과인 것처럼, 네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네가 매일 무엇을 반복하느냐로 결정된다는 걸 잊지 마라.

늘 네 삶을 응원하는 엄마가

여성경제신문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hellencho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