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기피 속 비수도권 공백 심화···"형사처벌 리스크 해결부터"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 수도권 1.86명 vs 비수도권 0.46명 "기피하는 근본 원인부터 해결해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필수의료 전문의 격차가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선 단순한 임금·처우 개선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으며 형사적 책임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진행한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의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는 평균 1.86명인 반면 비수도권은 0.46명으로 수도권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 8개 필수과목 전문의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3.02명, 경기 2.42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나머지 지역은 모두 1명 미만이었다. 부산은 0.81명, 대구는 0.59명에 그쳤으며 세종은 0.06명으로 가장 적었다. 세종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이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과중한 업무 부담과 의료사고 위험 등으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그나마 있는 인력마저 수도권에 몰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구원은 “지역의 높은 의사 임금에도 불구하고 정주 여건 문제 등 때문에 수도권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역 간 의료인력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종범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방 병원은 인력이 적다 보니 한 명이 그만두면 당직이 급격히 늘어난다”며 “5일에 한 번 서던 당직이 4일, 3일에 한 번으로 줄어들면 버티기 힘들어 결국 또 이탈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의료 기피에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형사처벌 위험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환자를 살리려다 사망이나 합병증이 발생해도 의사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에서는 누가 위험한 환자를 맡으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임금을 올리고 근무 여건을 개선해도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끊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원은 의정갈등이 마무리되면서 원상 복구된 의대 정원(3058명)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고령화 진행 속도와 만성질환 유병률 증가세를 고려할 때 현 의대 정원이 유지되면 향후 의료 수요 대비 의료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적정 의대 정원 숫자나 정원 확대 방식은 정부가 교육계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내 의학교육 인프라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