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역대급' 실적낸 증권사들···하반기 전망은 '미지수'
증시 활황·자산관리 수요에 호실적 10대 증권사, 상반기 순익 4.5조원 전년 순익의 70%, 반년 만에 달성 세제 개편안에 하반기 전망은 물음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상반기 증시 활황과 자산관리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의 순이익 합계는 2021년 이후 4년 만에 4조원을 넘어설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10개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4조49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6837억원) 대비 21.8%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6조4163억원의 70%를 반년 만에 달성했다. 이는 2023년 연간 실적(3조3967억원)을 이미 1조원 이상 상회하는 성과다.
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순이익 1조252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 6641억원, 키움증권 5457억원, 삼성증권 4831억원, NH투자증권 4651억원 순이었다. 증가율은 미래에셋증권이 80.3%로 가장 높았고, 대신증권(44.6%), 한국투자증권(44.2%), 신한투자증권(25%), 메리츠증권(11%), NH투자증권(10%) 순이었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개별 리스크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삼성증권은 대형 기업공개(IPO) 무산 여파로 순이익이 감소했고, KB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반영, 하나증권은 해외자산 손실 인식으로 실적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호실적의 주된 요인으로는 운용 손익 개선이 꼽힌다.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채권 평가익이 늘었고 원화 강세로 외화채권 환차익도 반영됐다. 주식시장 강세로 인한 평가익이 더해지며 운용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운용자산 전반에서 이익이 확대된 가운데,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부문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적 모멘텀이 약화하면서 증시 상승 동력이 약해져 상반기 실적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거래대금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7460억원으로, 전월 대비 18.5%(2조4490억원)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최근 발표된 세제 개편안이 증시 활성화 기조와 엇갈린다"며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 폭이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했고, 대주주 요건 강화 등 증권시장에 혼란을 키웠다"고 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향후 변수로 지목된다. 현재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증권은 IMA를, 삼성·메리츠·신한·하나·키움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인가를 받을 경우 자기자본의 2~3배 수준까지 자금 운용이 가능해져 증권사의 실적 확대에 추가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