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복판에 우뚝 선 K-패션···일본 MZ세대 공략 ‘가속’

K-콘텐츠 인기에 K-패션 일본 진출 가속 현대·신세계·무신사 등 도쿄 오프라인 공략 내수 침체 돌파, 글로벌 교두보 확보

2025-08-21     류빈 기자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이 파르코 시부야점에서 팝업 매장을 오픈했다. /현대백화점

K-패션이 ‘4차 한류 붐’인 K-콘텐츠 열풍을 발판 삼아 일본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K-콘텐츠 인기에 일본 MZ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패션 유통·플랫폼 업체들은 신진 브랜드들과 함께 현지 공략에 적극 나서며 이를 통해 유통 채널로서의 해외 영향력도 확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K-콘텐츠의 관심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 MZ세대들은 서울 성수동 등에 있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과 팝업을 찾을 만큼 K-패션에 적극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다. 이에 무신사 등 온라인 패션 플랫폼부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까지 앞장서 국내 브랜드와 손잡고 현지 진출에 나섰다. 현지 인프라나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한 신진 디자이너를 위해 유통 전반의 인프라를 지원하고 브랜드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윈윈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먼저 현대백화점은 일본에서 '더현대 글로벌' 첫 정규 리테일숍을 선보인다. 국내 백화점이 현지에 정규 매장을 오픈하는 최초 사례다. 다음달 19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쇼핑몰 파르코 시부야점 4층에 더현대 글로벌 리테일숍이 입점해 운영을 시작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도쿄의 패션 중심지인 오모테산도 쇼핑 거리에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추가로 오픈하는 등 향후 5년간 일본에서 총 5개 리테일숍을 개점할 계획이다.

일본 1호 더현대 글로벌 정규 매장은 1~2개월 단위로 브랜드가 바뀌는 로테이션 운영 방식을 추구한다. 오는 10월 16일까지 선보이는 첫 브랜드는 신진 컨템포러리 브랜드이자 K팝 아이돌 가수들이 착용해 유명세를 탄 트리밍버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5월 패션사업부 내 전담 조직 더현대 글로벌팀을 신설했다. 더현대 글로벌 사업은 현대백화점이 K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위해 상품 수출입 및 판매에 관한 제반 사항 총괄, 해외 리테일과 협상 등을 수행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토종 중소·중견 브랜드들이 직접 해외 진출 시 드는 비용을 절감해 주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인 판로 확대를 지원한다.

오프라인 정규 매장 운영과 효율적인 현지 마케팅을 위해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 5월 일본 패션 온라인몰이 주력 사업인 스타트업 메디쿼터스에 3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메디쿼터스는 2020년부터 일본에서 온라인 패션몰 ‘누구(NUGU)’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가입자 수 100만명 이상을 확보했다. 이르면 연내 누구 온라인몰 안에 더현대 글로벌관(가칭)도 오픈할 예정이다.

성과도 두드러진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파르코 시부야점에서 K브랜드 23개를 소개하는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당시 12개 브랜드가 매출 1억원 이상을 달성했으며 상위 5개 브랜드 매출 평균이 3억1300만원을 기록했다. 브랜드별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이 약 일주일에 불과했음에도 월 1~2억원 수준인 일본 백화점 중위권 정규 매장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무신사 도쿄 팝업스토어 2025 외부 전경 예시 이미지 /무신사

온라인 패션 플랫폼도 일본 현지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무신사는 2021년 일본 도쿄에 첫 해외법인으로 무신사 재팬을 설립한 이후 현지 패션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와 현지화 전략에 힘입어 일본 거래액은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올해 1분기 일본 내 거래액과 회원 수가 가파르게 성장하며 일본 거래액만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하고, 구매 고객 수도 같은 기간 2배 이상 증가했다. 브랜드와의 파트너십도 나섰다. 2024년 11월부터 ‘마뗑킴’의 일본 시장 총판 파트너십을 체결해 일본 유통을 전담하고 있고, 지난 4월에는 마뗑킴의 일본 1호 매장으로 시부야점을 오픈했다.

이러한 호응에 맞춰 무신사는 오는 10월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무신사 도쿄 팝업 스토어 2025’를 개최해 오프라인 접점도 확대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무신사가 2021년부터 진행해 온 일본 현지 팝업 중 최대 규모로, 총 8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팝업 스토어는 오는 10월 3일부터 10월 26일까지 총 24일간 이어진다. 도쿄 시부야 중심부에 위치한 ‘미디어 디파트먼트 도쿄’ 건물 지상 3개 층을 활용한 약 347평 규모의 단독 공간에서 운영된다. 마뗑킴, 로우클래식, 론론, 아캄, 미세키서울 등 인기 K-패션 브랜드부터 아직 일본에 진출하지 않은 13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도 함께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은 K패션 해외 진출 지원 플랫폼인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구 K패션82)’를 통해 현지에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는 지난 4월 7일간 일본 도쿄의 백화점 이세탄 신주쿠점 본관 2층 ‘스테이지2’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K패션 14개사가 참여한 한큐 우메다 백화점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팝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유통업계가 일본 현지에 국내 패션 브랜드를 위한 판로 개척에 적극적인 것은 K-패션의 부흥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지만, 내수 소비 침체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유통업계의 자구책으로도 볼 수 있다. 글로벌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로 확장해 성장 기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국내 유통업계가 일본 시장에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은 단순한 판로 개척을 넘어선다. 일본은 패션 소비 수준이 높고 트렌드 수용력이 빠른 시장이기 때문에 국내 디자이너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시험할 수 있는 실험장이 될 수 있다”면서 “동시에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