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의 두 얼굴···韓 코스피 걱정 사이 美 쿠팡 더 올랐다
코스피 폭락론? 상법처럼 과장 측면 커 美 증시 쿠팡 주가 상승 설명 논거 부족 기업 망하게 해놓고 증시거품 키워본들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노란봉투법 논란의 핵심은 제조업·서비스업을 포괄한 산업 이탈 우려다. 국내외 기업이 한국 내 생산과 고용을 줄이고 투자 자체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이 본질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정치권은 코스피 지수 폭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내세워 반대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2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노란봉투법’의 직접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지목된 쿠팡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오히려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2일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1년간 쿠팡 주가는 22.59달러에서 28.85달러로 약 27.6% 올랐다. 보수 진영의 주장대로라면 직격탄을 맞아야 할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정반대 흐름을 보인 것이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하도급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합법적 노동쟁의 범위를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 진영은 “주주가치 훼손과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며 “국내 상장기업 주가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당의 강행 처리 방침을 두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국장포기 선언”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위기론을 부각시켰다.
반면 실제 시장 반응은 그의 주장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쿠팡은 제도 변화를 위기 대신 기회로 삼았다. 지난 5월 이상진 전 한국노총 간부를 물류 자회사 CLS 상무로 영입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보좌관 출신 인사도 임원으로 합류하며 노사 현장과 제도 대응을 동시에 강화했다. 효율화와 구조개편이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 셈이다.
경제 단체에서 나오는 우려도 주가와는 다른 차원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노란봉투법은 한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 의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고,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며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말하는 ‘투자 위축’이 단순 주식 매도가 아니라 공장 건설·설비 확충·R&D 센터 운영 같은 실물 투자의 철회를 뜻한다고 분석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상법 개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돼 주가지수가 3000 안정대에 진입했다”고 주장한 것도 논점 이탈이다. 최근 지수 상승은 환율 효과에 따른 외국인 유입이 핵심 요인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달러 약세 국면에서 외국인이 환차익을 노리고 단기 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한국 증시는 유동성 장세에서 급등했다가 실물 경기 한계로 다시 하락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며 "주가지수 등락을 근거로 ‘노란봉투법 위기론’을 부각시키거나, 상법 개정 성과를 과장하는 논리는 모두 시장의 실제 흐름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을 내쫓아놓고 국내 증시를 부양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