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 앞두고 국내는 '파업 예열'···車·반도체 '이중 리스크'
현대차·SK하이닉스 노조 파업 수순 '美 현지 생산 확대' 카드 신뢰 위기 국가 경제 전체의 불확실성 외면 중 "조율 통해 내부리스크 최소화해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경제 양대 축인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이 동시에 노사 갈등에 휘말렸다. 정부는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재계 총수들을 불러 모아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국내에서는 현대차와 SK하이닉스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고 있어 안팎으로 난항이 우려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SK하이닉스 노조는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경우 국내 생산 기반이 흔들리며 정부가 내세우려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카드는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또한 미국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핵심 사업인 만큼 SK하이닉스의 생산 불안은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불안 요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노조가 지금처럼 강경하게 밀어붙이면 정부와 기업 모두 대외 협상에서 명분을 잃고 한국 경제 전체가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울산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5년 단체교섭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앞서 13일 열린 17차 교섭에서도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권 확보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2018년 이후 7년 만의 전면 파업이 된다.
노조 요구안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4세 연장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 900% 확대 등이다. 사측은 전기차 전환 비용, 관세 리스크, 원가 상승 등의 사유를 들어 난색을 보이며 합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올해 들어 10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성과급 산정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으로 올해 초 기본급의 1500%에 해당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과 자사주 30주를 지급했다. 하지만 노조는 2021년 합의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라는 조항을 근거로 올해 추정 영업이익 37조원의 10%인 약 3조7000억원을 전액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PS를 1000%에서 1700%로 확대하되 초과분 일부는 향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조는 이달 6일 충북 청주3캠퍼스에서 창사 이래 첫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고 12일에는 경기 이천 본사 앞에서 2차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노조 측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몫은 제자리"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고 SK하이닉스 역시 AI 반도체 특수로 실적 반등에 성공한 상황이다.
하지만 재계는 노조가 단기 이익만을 바라보고 국가 경제 전체의 불확실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발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기업 실적이 다시 급락할 수 있고 글로벌 경기 둔화와 맞물리면 고용 불안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갈수록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측과 노측이 상호 조율을 통해 내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해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