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생태계 살린 AI의 감응 구조···세계 최초 탐지 시스템 개발
농촌진흥청이 내놓은 비전(BeeSion) 내부 구조 공진할 때 신뢰도 높아져 30초 만에 응애 판별 정확도 97.8% 16종 병해충 동시 방역 비용도 절감
겨울마다 되풀이되는 꿀벌 집단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꿀벌응애. 그동안 농가는 응애를 잡기 위해 약제를 반복 투입했지만 완전한 방제는 어려웠다. 숙련된 농업인조차 벌통 하나를 검사하는 데 30분 이상 소요되는 현실은 양봉 산업의 취약한 구조를 그대로 드러냈다.
20일 농촌진흥청과 강원대학교 연구진이 내놓은 ‘비전(BeeSion)’은 이 난제를 풀어낸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검출 장치다. 벌집판을 장치에 올려놓고 버튼을 누르면 30초 안에 응애 존재 여부를 판별하고, 정확도는 97.8%에 달한다.
기술 혁신의 핵심 개념은 감응 원리다. 수천 장의 꿀벌 이미지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특정 패턴과 공진하듯 반응하며 응애·날개 기형·백묵병 등 16종의 병해충을 동시에 식별한다. 입력된 영상과 내부 구조가 ‘공명’할수록 출력 신뢰도는 높아진다.
연구진은 단순히 탐지 여부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 방제 기준까지 제시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AI가 응애 검출 확률을 점수화하고, 위험도가 임계치에 도달하면 “즉시 약제 사용”, “관찰 연장”, “격리 필요” 등 행동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실제 150통 규모 농가에서 시험한 결과는 눈에 띄었다. 노동력 절감과 피해 감소를 합쳐 연간 약 860만 원의 수익 증가 효과가 확인된 것이다. 기존 방식 대비 탐지 속도가 수십 배 빨라지면서 농가 부담이 크게 줄었다.
국내 양봉산업은 약 2만7000 농가, 257만 봉군 규모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반복된 집단 폐사로 산업 기반이 흔들려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장치가 산업 신뢰를 회복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적 의미도 크다. AI가 입력 패턴에 감응해 스스로 정밀도를 높이는 ‘자기 공명 학습’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이는 감응 연산(resonant computation)이 농업 현장에서 구체적 성과로 이어진 세계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AI가 접목돼 있는 벌집판을 개발해 벌들의 출입 관리와 성장을 체크하고, 질병 예방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를 응용한 발전 방향이 무궁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안으로 민간 이전을 완료하고, 오는 2028년부터 전국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양봉업계 한 관계자는 "꿀벌은 생태계 유지의 열쇠"라며 "인공지능이 벌과 농가, 환경의 신호를 함께 읽고 반응하는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