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내전’ 콜마, 9월 주총 앞두고 지분 쟁탈전 격화···주가도 요동

콜마家 지분 경쟁에 주가 급등 남매·부자 갈등, 소송전 확산 화해 상징 vs 경영권 사수 시각

2025-08-20     류빈 기자
(왼쪽부터)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각 사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집안싸움이 격화되는 동안 관련 종목 주가가 급등하는 추세다. 오는 9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오너 일가가 앞다퉈 콜마비앤에이치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콜마비앤에이치 주가가 전일 대비 29.96% 오른 1만7700원에 마감했다. 이는 52주 신고가 경신이다. 콜마홀딩스 역시 같은 기간 8.71% 오른 1만4230원에 거래를 마쳤다. 

남매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간 경영권 분쟁에 따른 지분 확보 경쟁 이슈가 일시적 모멘텀으로 작용하며 주가를 요동치게 했다. 

전날 윤 대표의 모친 김성애씨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지분 0.05%에 해당하는 1만3749주를, 윤 대표의 남편인 이현수씨는 0.01%에 해당하는 3000주를 각각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지분 매입은 오는 9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윤 대표 측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콜마그룹은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장남 윤 부회장이 지주사인 콜마홀딩스를 이끌고 있으며, 딸 윤여원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를 맡고 있다. 

지난 4월 윤 부회장은 여동생이 이끄는 콜마비앤에이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시도했지만 윤 대표가 거부했다.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44.6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실적 부진 등에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콜마비앤에이치는 경영 간섭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이에 윤 부회장은 지난 5월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개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게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임시 주주총회 소집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아버지인 윤동한 회장과 딸인 윤 대표는 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하면서 맞불을 놨다. 콜마그룹의 갈등은 애초 남매 갈등으로 시작했지만, 윤 회장이 딸인 윤 대표 편에 서면서 부자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그 다음날인 지난 12일 윤동한 회장과 아들 윤상현 부회장은 독대를 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관계가 회복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윤 부회장이 기존 입장을 고수해 경영권 갈등의 핵심 사안에 대한 해법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소송과 갈등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9일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소송을 냈다.

임시 주총 개최 전 주주명부 열람을 해야 하는데 콜마비앤에이치가 이를 지연하는 것을 우려해서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주주명부 폐쇄기준일을 기존 14일에서 오는 28일로 연기한 바 있다. 또 윤 회장이 장남 윤 부회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낸 주식반환 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오는 10월 23일로 잡혔다.

앞서 윤 회장은 장남 윤 부회장에게 2019년 12월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현재는 무상증자로 460만주)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지주회사인 콜마홀딩스의 지분은 윤상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31.75%를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은 5.59%, 윤 부회장의 동생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는 7.45%를 각각 갖고 있다.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한국콜마

법조계에 따르면 윤 회장이 현재 제기된 소송을 자진해서 취하하지 않는 한 절차가 1~2년을 훌쩍 넘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민사소송 특성상 1심 판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이후 항소·상고로 이어질 경우 전체 소송 과정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지분 증여가 마무리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창업 2세대인 윤상현 부회장이 개인적 욕심을 내려놓고 그룹을 일군 아버지의 경영 철학을 존중해 남매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맥락에서 윤 회장이 낸 소송이 법적 승패보다는 자녀 간 화해를 위한 상징적 성격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번에 제기된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은 본질적으로 민사 소송 절차에 해당하기 때문에 만약 사건이 최종적으로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통상적으로 최소 수년, 길게는 5년에서 10년 가까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런데 윤동한 회장의 경우 이미 80세를 넘긴 고령인 만큼 실제로 이 소송을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고 의미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번 소송은 법적 승패 자체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가족 간 갈등을 어느 정도 봉합하고 자녀들 사이의 화해를 이끌어내기 위한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경영권이나 지배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목적보다는 상징적이고 화해 지향적인 측면이 큰 사건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한 윤상현 부회장이 그룹의 안정적 운영과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아버지 윤동한 회장과 여동생 윤여원 대표를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부회장은 최대주주의 책임을 내세우며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만큼, 윤 대표의 독립 경영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대표는 2018년 남매와 부친이 체결한 제3자 경영 합의에 따라 독립 경영권이 보장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당시 합의서에는 윤 부회장이 콜마홀딩스 경영자로서 윤 대표의 경영권 행사를 지원·협조해야 한다는 내용과 콜마홀딩스의 주주 권리 자체는 제약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향후 법적 다툼은 이 합의가 윤 부회장의 증여와 연계된 조건이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장기화하지 않으려면 창업주 윤 회장이 직접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