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느린 머스크發 스타링크 곧 상륙···韓 소비자 설득 '시험대'

빠르면 오는 9월, 정식 서비스 전망 SK텔링크, 국내 공식 리셀러로 참여 속도보다 '접속 가능성'에 초점 맞춰 높은 가격에 소비자 설득은 '미지수'

2025-08-20     김성하 기자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저궤도 위성통신 지구국 무선설비 기기(UTA-252)'가 국내 적합성 평가를 통과했다.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국내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세계 곳곳에서 '비싸고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 서비스가 초저가·고속 인터넷 환경의 한국에서 통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 11일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안테나 장비인 '저궤도 위성통신 지구국 무선설비 기기(UTA-252)'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통과했다. 이로써 국내 전파 요건을 모두 충족했으며 빠르면 오는 9월부터 정식 서비스 개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스타링크가 제공하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LEO·Low Earth Orbit)은 지상 500~2000km 상공을 도는 수천 개의 위성을 이용해 통신망을 구성한다. 하늘만 보이면 접속 가능한 특성을 통해 고산 지대, 해양, 사막은 물론 재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통신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스타링크의 국내 운영은 SK텔레콤 자회사 SK텔링크가 공식 리셀러로 나선다. /SK텔링크

국내 운영은 SK텔레콤 자회사 SK텔링크가 공식 리셀러로 나서 장비 판매부터 기술지원, 서비스 운영까지 전반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해외 사업자가 국내에서 직접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텔링크 관계자는 "장비 인증이 완료돼 일정한 리드타임 후 사업 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며 "이에 맞춰 고객 대응과 마케팅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텔링크의 이번 행보는 침체한 기존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주 수익원을 담당했던 국제전화와 알뜰폰 시장은 소셜네트워크(SNS) 확산과 과열된 마케팅 경쟁으로 수익성이 다소 악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스타링크와의 협력이 장기적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링크는 국내 진출 초기 기업간거래(B2B) 시장 공략을 시작으로 시장 기반을 확보한 뒤 기업소비자간거래(B2C)로 점진적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회사 측은 "해상·항공 전용 패키지, 공공기관 전용 플랜, 고정형·이동형 단말 조합 등 다양한 산업 맞춤형 상품 라인업을 순차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스타링크 한국 진출 배경에는 전략적 근거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수준이 높아 서비스 성능을 검증하기에 적합한 시험장이자 향후 아시아 지역 해상·항공 허브로의 확장을 위한 거점으로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B2C 시장에서의 안착 여부는 미지수다. 스타링크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00~250Mbps 수준으로 1Gbps 유선 인터넷이나 5G의 이론상 최대 속도(10Gbps)와 비교하면 낮은 편에 속한다. 

스타링크 공식 사이트에 여행, 캠핑, 해양 등 접속가능성을 홍보하고 있다. /스타링크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에 스타링크는 '연결되지 못한 곳을 연결한다(CONNECTING THE UNCONNECTED)'를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속도보다 '접속 가능성'과 '지리적 범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싼 가격도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한국 유선 인터넷 요금은 약정 할인과 결합 상품 등을 포함하면 세계 최저 수준에 속한다. 반면 스타링크는 일본 기준 라이트 요금제가 약 4만3000원, 일반 요금제는 6만2000원 수준이며 단말기 가격은 20만~60만원 선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국내 공식 요금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외와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될 경우 일반 소비자가 기존 통신 요금제를 해지하고 스타링크를 선택할 유인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통신 3사의 과점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반가운 변화"라면서도 "신뢰성 문제와 높은 가격을 감안할 때 실제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설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