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물량공세’ 공식 깨졌다···거품 걷힌 K배터리 전략 수정 중 

LFP 기술력·상용화 모두 한국에 앞서 EV용 배터리 점유율 中 70% 육박  배터리3사 부랴부랴 LFP 생산 가동 미·중 무역갈등은 한국에 반사이익 

2025-08-20     유준상 기자
독일 컴템포러리 앰퍼렉스 테크놀로지 튀링겐 GmbH(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Thuringia GmbH, CATT)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 있는 CATL의 첫 번째 공장이다. /CATL 홈페이지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저가 물량공세로 치부하며 평가절하했던 중국 배터리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의 주류가 됐다. 단순히 ‘가성비만 좋다’는 식으로 치부하기에는 중국 배터리의 성장세가 무섭다. 

그간 한국 배터리 업계가 집중했던 고성능 삼원계(NCM·NCA) 배터리로 전기차 시장을 노리겠다는 성장전략은 한계에 다달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내 업계는 전략을 수정해 LFP 배터리를 앞세워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올해 상반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상위 배터리 6개사(CATL, BYD, CALB, 고션, EVE, SVOLT)의 합산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p) 늘어난 68.9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16.5%로 같은 기간 5%p 하락했다.

중국을 제외한 ‘비(非)중국 시장’에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국내 3사는 45.6%에서 37.5%로 8%p 이상 빠진 반면 중국계는 34.4%에서 42.9%로 8%p 넘게 올랐다. 수치만 놓고 보면 국내 3사가 잃은 점유율이 거의 그대로 중국계로 흡수된 셈이다.

중국 업체들의 비약적인 성장은 LFP 배터리의 약진에서 비롯됐다. 한때 ‘값싸지만 효율 낮은’ 2류 배터리로 취급되던 LFP는 기술 개선과 시스템 효율화로 단점을 극복했다. 중국 기업들은 셀투팩(CTP), 셀투섀시(CTC) 같은 혁신적 시스템으로 낮은 에너지 밀도와 짧은 주행거리라는 한계를 넘어섰다.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으며 수명까지 길다보니 고객사들이 삼원계 대신 LFP 배터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주저 없이 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한 배터리사 기술직 관계자는 “초기 전기차에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배터리가 주로 장착됐다”며 “주행가능거리를 늘리기 위해 필수적인 에너지 밀도가 LFP 배터리 대비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기술이 고도화되며 LFP 배터리의 기의 에너지 밀도 단점이 완화되고 높은 안전성은 물론 삼원계 배터리 대비 20~30%까지 원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고객사들의 선호도가 높아진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확대가 확실한 ESS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는 기술력과 상용화 속도 모두에서 한국을 앞섰다. 한국 기업들이 ‘가격보다 품질’이라는 기조에 갇혀 LFP를 외면하고 삼원계 배터리에 올인한 결과다. 이제서야 국내 기업들이 LFP 생산 라인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글로벌 시장 판도는 이미 기울었다. 

단 한국에도 기회는 남아있다. 미·중 무역갈등 속 미국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중국산 배터리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한국에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 중국의 리튬 광산 수급 조절도 일시적 기회를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3사도 전략을 수정해 LFP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의 시장 지배력이 절대적이지만 업계에선 최대 시장인 미국이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LFP 양산 체계 조기 정비, 공정 효율화와 원가 절감 시스템 구축, R&D 투자 확대, 인재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제언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K배터리 체질을 바꿀 골든타임이라는 이야기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이미 중국이 기술 경쟁에서 우위에 있지만 결국 핵심은 단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며 “미국에서의 경우 대중 고율 관세로 인해 비교적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