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2.0] (58) 도심 재개발지 실버타운 20% 채우면 인센티브···"운영 기준 관건"
서울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규제 개선 시니어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 후속 내용 개발지 20% 이상 실버타운 조성 시 혜택 "도면 설계부터 운영·관리 기준 고민 필요"
서울시가 도심 재개발사업에 노인복지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할 경우 용적률과 높이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인센티브를 내놨다. 지난 5월 ‘9988 서울 프로젝트’에서 밝힌 민간형 시니어주택 공급 전략이 구체화된 것이다. 다만 운영 주체와 관리 기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시는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규제를 완화하는 ‘규제철폐안 139호’를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개발지 연면적의 20% 이상을 노인복지주택으로 조성할 경우 허용 용적률을 최대 200%까지, 높이를 30m까지 추가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인센티브는 아파트 재건축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이 같은 규제 완화는 지난 5월 시가 발표한 초고령사회 대응 종합계획 ‘9988 서울’ 프로젝트의 후속 내용이다. 당시 시는 2040년까지 민간형 시니어주택 7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 중 3000호를 도시정비형 재개발과 연계하기로 했다. 도심부는 교통·의료 인프라 접근성이 좋아 고령자 주거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인센티브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번 인센티브가 도심부 고령자 주거 수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민간 참여를 끌어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은 통상 용적률이 사업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일정 비율의 노인복지주택을 포함하면 추가 분양 가능 면적이 생겨 수익성 개선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장에서는 “조건만 충족하는 겉핥기식 개발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운영에 필요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인센티브만 내세우면 노인 친화 설계나 서비스 제공이 빠진 채 명목상의 ‘시니어주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덕원 에스엘플랫폼 상무이사(한국프롭테크포럼 시니어스마트하우징 협의회장)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금 단계에서는 사업자가 준비할 수 있는 세부 기준이 없다”며 “노인복지주택은 건물만 짓는 게 아니라 식사·헬스케어·커뮤니티 같은 서비스 운영이 포함돼야 하는데 식당 규모나 생활비 산정 기준조차 없어 운영사와 사업주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거단지로 조성될 경우) 현장에서는 일반 입주민들이 고령자와 커뮤니티를 함께 쓰는 걸 기피해 결국 동마다 커뮤니티를 따로 두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운영비가 늘어나 생활비를 낮출 수 없다”며 “애초에 설계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섞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을 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문제의 핵심은 결국 운영 보장과 제도 설계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김 상무는 “노인복지주택은 최소 몇 년간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든지, 입주 시 디파짓 제도를 두어야 한다든지, 서비스 제공 자격이나 인증 절차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며 “이런 장치가 마련돼야 사업자가 준비할 수 있는데 지금은 아무런 토대가 없다. 결국 시행사가 도면을 그려 사업을 끌고 가게 되는데 현재처럼 기준이 없는 상태라면 기존 아파트와 다를 바 없는 설계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는 거시적인 방향만 발표됐다”며 “서울시가 다음 단계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번 규제철폐안 139호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규제개선’은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주민공람 실시 후 의회 의견 청취,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연내 고시될 예정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