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남' 김동선의 경영 광폭 행보···신사업 성과는 '용두사미'?
김동선, F&B 신사업 공격적 확장 재무 부담·FI 의존으로 안정성 우려 전략 잦은 변경, 장기적 리스크 존재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식음료(F&B) 브랜드를 잇달아 론칭하고 적극적인 M&A에 나서면서 그룹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F&B부터 푸드테크·급식·식자재 유통 등으로 신사업을 확장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본업인 백화점과 호텔 및 리조트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신사업 투자가 재무 부담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삼형제 중 막내인 김동선 부사장은 계열 분리의 일환으로 유통과 식음료를 맡고 있다. 특히 김 부사장은 2023년 미국 수제버거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론칭한 이후 각종 F&B 브랜드를 선보이며 식음료 신사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김 부사장은 ‘파이브가이즈’ 론칭 당시 첫 신사업으로서 기획부터 계약 체결 전반을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이 직접 파이브가이즈 아태본부가 있는 홍콩을 찾아 조리 과정을 포함한 서비스 전반을 실습할 정도로 신사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후 지난해 4월 자동화 로봇 조리 기반의 ‘파스타X’를 개장하고, 올해 5월 서울 종로에 2000원 로봇 조리 우동집 ‘유동’을 연이어 출점했다. 같은 달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도 론칭했다. 벤슨 역시 김 부사장이 2년여 간 브랜드 방향성과 제품 개발 과정에 직접 관여하며 준비했다.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2024년 3월 미국 로봇피자 업체 ‘스텔라피자’와 같은 해 9월 음료 제조 전문업체 ‘퓨어플러스’를 잇따라 인수했다. 올해 5월에는 급식·식자재 유통사 아워홈(지분 58.62%)을 약 8695억원에 인수했다.
김 부사장이 이끄는 외식사업은 ‘푸드테크’라는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단순한 외식 사업을 넘어 기술 중심의 외식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 그의 의도다. 인수한 급식 업체 아워홈 역시 푸드테크를 적용한 주방 자동화 기술력 확보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투자 대비 성과는 미미하다. 파이브가이즈는 진출 2년 만에 매각을 결정했다.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 운영사 에프지코리아 매출이 지난해 기준 465억원, 영업이익은 34억원으로 흑자 기조가 이어지며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고급 버거 시장의 위축과 고정비·확장성 부담에 사업을 더 끌고 가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파스타X는 1년 만에, 유동은 한 달 만에 폐점했다. 스텔라피자는 인수 이후 1년을 넘긴 현재까지 국내 매장을 단 하나도 오픈하지 않고 있다. 오너가 자제인 만큼 대기업 자본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 도전은 고무적이나 안정적으로 안착한 사업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F&B 전문가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2분기 윤진호 전 교촌에프앤비 대표를 전략담당 임원(실장)으로 선임했다. 윤 실장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출신으로 BCG, 애경, SPC, 교촌치킨 등을 거치며 컨설팅·전략·외식 마케팅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이번 영입이 식음료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오너 경영인의 광폭 행보가 수익성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기존 본업이었던 호텔과 백화점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4년 매출이 75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55%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38억원으로 41.9% 급감했고, 리조트 사업은 210억원 흑자에서 9억20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도 올해 2분기 매출이 1269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이 49억원으로 적자 확대에 직면했다. 유동부채(5740억원)도 유동자산(3247억원)을 크게 웃도는 등 재무 압박이 심화됐다. 여기에 아워홈 지분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부채비율이 200% 가까이 치솟아 재무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본업인 갤러리아 백화점은 전점 모두 역성장을 기록했다. 백화점 내 명품 비중이 40%에 달해 백화점업계에서 가장 높은 명품 비중을 보이고 있는데, 소비침체로 명품 수요가 줄자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최근엔 북한산 자락의 프리미엄 리조트 ‘파라스파라 서울’을 삼정기업으로부터 인수해 고급 숙박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파라스파라 서울은 한화의 신규 리조트 브랜드 ‘안토’ 1호점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호텔 리조트 사업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투자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우려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하는 신사업 확장은 빠른 의사결정과 트렌드 대응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재무적 투자자(FI)에 의존한 인수 구조는 불안정해 적자 발생 시 재무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김 부사장이 진행 중인 신사업을 성공으로 이어가려면 빠른 확장보다 먼저 안정성과 내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김동선 부사장이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좋으나 신사업 추진 시 재무적 투자자(FI)를 적극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FI 의존도가 높아지면 상황에 따라 재무적 안정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만약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재무 구조 전반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전략이 잦은 수정 과정을 거치다 보니 현장에서는 혼선이 생기고 장기적으로는 안정성 측면에서 불안 요소가 남아 있어 일관된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