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버타운 ‘혈압 측정’ 합법화···정부, 건강관리 서비스 첫 명시

실버타운 내 혈압·혈당 측정 비의료행위 허용 응급처치 기준도 명문화, 현장 혼선 줄인다 고령층 안전 강화·사업자 법적 부담 완화 기대

2025-08-19     김현우 기자
공정위가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내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 범위를 처음으로 명확히 했다. 혈압·혈당 측정 등 비의료 행위는 합법화되고, 의료인의 응급처치 기준도 제도화된다. 고령층 안전성과 사업자 운영 안정성이 기대된다. /게티이미지뱅크

# 65세 이상 입주 가능한 노인복지주택 즉 실버타운에 들어와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고령자 거주 공간인 건 맞지만 기본 건강관리 측면에서 합법적인 규정이 없었다는 점 이예요. 그런데 이제부터 혈압 측정, 응급처치 제공이 명확해진다니, 신뢰도가 더 높아질 수 있으니 안심이예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에 따라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내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 범위가 구체화된다. 고령 입주자의 건강관리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실버타운 운영의 예측 가능성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전날 '25년 상반기 경쟁제한적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실버타운에서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 서비스의 범위를 사업지침상 명시하도록 했다. 혈압·혈당 측정 등 비의료적 건강관리 활동은 합법적 범위 내에서 가능해지고 의료인의 응급처치 제공 기준도 명확히 규정된다.

공정위는 “그동안 건강관리 서비스 범위가 불분명해 사업자와 입주자 간 혼란과 갈등이 발생하고, 서비스 제공 자체가 위축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제공 가능한 서비스 항목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함으로써, 실버타운 내 복지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실버타운 내 건강관리 서비스 범위를 처음으로 명확히 했다. 혈압·혈당 측정 등 비의료 행위는 합법화되고 의료인의 응급처치 기준도 제도화돼 고령층 안전과 운영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냅킨AI, 공정거래위원회,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규제개선 방안은 올해 하반기부터 관계부처의 지침 개정과 함께 순차 시행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의 운영 지침 개편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지도 변경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일부 대형 실버타운은 이미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한데 법적 모호성 때문에 서비스 범위를 제한하거나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 실버타운 운영업체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제는 사업자가 어느 선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어, 관련 인력 확보와 서비스 기획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조치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버타운 전문 유튜버 문성택 공빠TV 대표는 여성경제신문에 "사실 늦은 건 맞다"면서도 "혈압이나 혈당 같은 가장 기본적인 건강 체크조차 법적 모호성 때문에 못 해왔다는 게 문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르신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건강인데 그걸 명확히 지원하지 못했다는 건 큰 아쉬움"이라면서"그렇지만 이제라도 제도적 틀이 마련된 건 의미가 있다. ‘기초 중의 기초’에 불과하긴 하지만 늦게라도 출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입주자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나온다. 정기적인 혈압·혈당 측정이나 기본 건강 상담 등이 공식화되면, 별도의 병원 방문 없이 기초 건강상태를 관리할 수 있어 실질적인 편의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성택 대표는 규제 개선의 실질적 효과를 묻는 여성경제신문 질문에 "케어 중심의 실버타운이나 지방처럼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예외가 필요하다"면서 " 한 건물이나 한 단지 안에 실버타운, 의료기관, 요양기관이 함께 있는 형태가 적합하다"고 했다.

이어 "이미 용인의 레인보우빌리지는 실버타운 안에 의원과 주간보호센터, 요양원을 함께 두고 있고, 공주원로원은 실버타운과 요양원, 주간보호센터, 방문요양, 치매전담실을 한 단지 안에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런 사례처럼 필요한 곳은 자체적으로 의료·돌봄을 갖추고 대부분의 실버타운은 예방적 건강관리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