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절반 줄어든 공보의, 왜 의대생은 현역병을 선택하나

의대생들, 공보의 대신 현역병 선택 “37개월에 월급은 병사와 차이 없어”

2025-08-18     김현우 기자
의대생들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기피가 심화되며 보건지소 227곳에 의사가 한 명도 없는 의료 공백이 발생했다. 공보의 복무기간은 37개월로 병사(18개월)보다 두 배 이상 긴 반면 월급은 206만원으로 병장 월급(205만 원)과 비슷해 지원 기피가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 경북 울릉군 북면에 사는 A씨는 올봄부터 진료를 받으려면 한 시간 버스를 타야 한다. 마을 보건지소가 의사 부족으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군 단위 유일한 보건소는 울릉읍에만 남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의 자격을 지닌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지역을 지켰지만 지금은 인턴 과정을 마친 일반의 7명이 울릉읍에 전부다.

농어촌 지역의 ‘마지막 의사’ 역할을 해온 공보의 수급이 급격히 줄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337개 보건지소 중 227곳(17%)에는 공보의가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진료 중단을 피하지 못한 지소만 비광역시 기준 37곳, 주 1회 이하로 진료를 줄인 곳도 122곳에 달한다.

의대생들의 공보의 기피는 수치로 드러난다. 2015년 2239명이던 공보의(의사 기준)는 올해 945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복무 기간이 일반 병사보다 두 배 이상 길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현재 공보의 복무 기간은 37개월, 육군 병사의 18개월보다 두 배 이상이다. 군의관은 38개월이다.

공보의 월급은 206만원 수준인데 육군 병장 월급이 2025년 205만원까지 오르면 사실상 차이가 없어진다. 일반 병사는 짧은 복무에 비슷한 급여를 받는 반면 공보의는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면서도 실질적 보상은 크지 않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의대생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공보의보다는 차라리 현역병으로 입대하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의대에 입학하는 남학생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와 맞물리며 공보의 수급은 더욱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공보의 감소는 곧바로 농어촌 지역 의료 공백으로 이어진다. 전북 진안군은 올해 4월부터 지소 진료를 주 1회로 줄였다. 고창군은 전체 13개 지소 중 5곳이 문을 닫았다. 환자들은 읍내까지 20㎞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기준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근무한 의사 수는 1400명으로, 10년 전 2386명에서 40% 이상 줄었다.

전문가들은 공보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대한의협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역 의료 공백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며 “공보의 숫자를 늘릴 방안만 찾을 것이 아니라 이동형 병원 같은 새로운 해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무 기간을 단축하고 대우를 개선해야 지원자가 늘어난다”며 “헌법상 평등권에도 어긋나는 현 구조를 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