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프로젝트' 닻 올랐다···조선 빅3, 물밑작업 박차
정부·업계 가교역 '마스가 TF' 가동 1500억弗 규모의 펀드 투자처 물색 향후 '한·미 조선동맹 협의체'로 확대
한·미 양국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조선 3사는 정부와 조선업계의 가교 역할을 하는 마스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미국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따내는 등 물밑 작업에 나섰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는 최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를 중심으로 10여 명의 마스가 TF를 구성했다. 150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로 조성될 조선 전용 펀드 투자처를 물색하고 정부에 정책 지원 과제를 건의하기 위해서다. 조선 3사는 TF 체제로 마스가 프로젝트를 준비한 뒤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한·미 조선 동맹 강화 협의체’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마스가 TF는 크게 ‘투 트랙’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미 해군 MRO에 특화한 조선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새 조선소를 지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기존 중소형 조선사를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자금은 정부와 조선 3사가 공동 부담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케이조선을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미국 해군기지가 있는 경남 창원(진해)에 조선소를 뒀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해군 기지와 MRO 조선소가 가까우면 부품 조달, 이동 거리, 신속한 수리 등에 장점이 있다. 조선 3사가 힘을 보태면 케이조선은 연간 12척 이상의 선박을 추가 건조할 여력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후보는 부산 영도에 있는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다. 선박 발주가 마른 2010년대에 고속경비함과 공기부양선, 어업지도선 등 중소형 특수선으로 위기를 넘긴 조선소다. HJ중공업은 지난해 한국 해군의 유도탄고속함 19척 성능 개량 사업과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 및 고속상륙정 정비 사업을 따내는 등 함정 MRO 시장의 전통 강자다.
미국 조선업의 부활이라는 마스가 프로젝트 취지에 따라 조선 3사는 미국 현지 조선소 설립도 추진한다. 기존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신규 조선소를 세우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컨테이너선, 탱커 등 상선과 관련한 첨단 기술 전수가 핵심이다. 상선 부문에서 기술 이전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면 보안 강도가 높은 군함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70곳 넘는 조선소에서 매년 1000척씩 건조하던 미국 조선업은 사실상 붕괴했다. 지난해 미국 조선소 10여 곳에서 7척을 건조하는 데 그쳤다. 한때 90%를 넘긴 세계 시장점유율은 한국, 중국, 일본에 밀려 지난해 0.1%로 낮아졌다. 미국이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카드로 조선 분야 협력을 요구한 이유다.
미국 측 요구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곳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1억달러(약 1400억원)를 들여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 추가 투자해 건조 능력을 연간 1.5척에서 2035년 1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에 조선소를 추가로 짓거나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현지 기업과의 협력에 주력한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등에 조선소를 둔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이 본보기다. 두 회사는 2028년까지 중형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공동 건조한다.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 설계 및 기자재 구매, 건조 기술 지원을 맡는다.
삼성중공업은 LNG 생산·저장·하역설비(FLNG)를 중심으로 현지 조선소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FLNG는 바다 밑에 있는 천연가스를 뽑아내 액화한 뒤 그 자리에서 LNG 운반선에 옮겨 담는 설비를 갖춘 복합시설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현지 조선소와 공동 건조, 사업 확대 등 다양한 협력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