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동일노동 동일임금’ 근로기준법 명시···내년 하반기 시행

비정규직 차별 철폐 목표 "내년 시행 성급" 지적도 현장 적용 위해 직무급 도입 객관적 기준 등 우선 과제 해결

2025-08-17     류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는 고용 형태나 성별과 관계없이 유사한 처우를 보장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17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사용자는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로기준법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같은 사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남녀고용평등법에만 명시돼 있어 사실상 남녀 차별을 막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드물어 제도적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379만6000원, 비정규직은 204만8000원으로 격차가 174만8000원에 달했다. 이는 정규직 임금의 53.95% 수준으로, 5년 전 143만6000원이던 격차보다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2023년 더불민주당 대표 시절 토론회에서도 “같은 일을 했음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은 비상식적이며, 오히려 고용 불안정을 감안해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이를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려면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선결 과제가 남는다. 한국 기업 대부분은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연공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충돌한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직무급제다.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책임에 따라 임금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영국·독일 등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 위해 이를 도입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직무급 없이 동일임금은 어렵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임금분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직무·직위·근속 등에 따른 임금 실태를 조사하고 통계 자료를 공개해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체계도 걸림돌이다. 한국은 기업별 노조 중심 구조라 업종 내 임금 체계를 표준화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 간을 아우르는 ‘초기업 교섭’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부 정규직 근로자들은 역차별을 우려하고, 경영계는 “근로자마다 능력 차이가 있는데 동일임금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현장의 반발을 최소화할 절충안 마련이 관건으로 지적된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