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 더봄] 무질서와 반칙이 난무하는 한국 사회와 신뢰 사회 독일

[강정영의 부국강병] 위정자부터 도덕 불감증인 한국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돼 독일처럼 신뢰 사회가 되어야 선진국의 기본 요건을 갖추는 것

2025-08-18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장면 1

—편도 3차선인 고속도로 1차선을 시속 60㎞로 계속 주행하는 느림보 차. 이런 차를 피하고자 다른 차들이 3차선을 이용해 추월

—버스나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어르신들

—지하철에 무임 승차하거나 경로우대 카드를 불법 사용하는 사례

—병역 기피를 위해 신체를 손상하고, 탈세 목적으로 각종 편법 동원

—불법 거래 방지를 입법한 국회의원이 차명 주식거래를 하다 적발됨

#장면 2

—편도 3차선인 고속도로 1차선은 거의 비어 있음. 추월 후 즉시 2차, 3차선으로 이동

—지하철은 조용히 책을 읽는 등 마치 도서관처럼 조용

—무임승차 하는 사례가 없음

—거짓말하거나 부정직하면 사회에 발붙이기 어려움

—정치인이 존경받는 사람 순위 1~5위를 차지하고, 자국 출신 교황이 7위인 나라

#장면1은 한국이고 #장면2는 독일이다.

독일은 신뢰 사회이다. 정직이 기본이며, 플러스알파가 아니다. /픽사베이

며칠 전 여당 중진의원이 회기 중에 차명으로 주식거래를 하다가 적발되었다. 사실은 이 사람 외에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불법 정치 자금을 받거나 뇌물 수수 혐의로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체포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때마다 불체포특권을 이대로 두는 게 맞느냐는 논쟁이 들끓다가 흐지부지 없던 일로 넘어가곤 한다.

기초적 소양도 못 갖춘 자가 국가의 리더가 될 수 있고, 그 결과 21세기에 18세기에나 있음 직한 폭압적인 영주 놀음을 하다가 감옥에 갔다. 그의 파트너는 뇌물수수와 탈법행위를 예사로 저지르다가 구속되었다.

위의 예는 눈에 띄는 정치인들에 관한 얘기이지만, 일반인들도 크고 작은 탈법과 변칙을 적당히 눈감아주는 데 익숙한 것이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문제는 이런 소소한 법과 질서의 위반은 많은 사회적 코스트를 지불하게 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서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투명하지 못한 사회질서를 의미한다. 그에 따른 부작용과 불신으로 사회가 서로 믿고 살 수 없다는 것은, 국가나 사회가 어떤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일은 일대로 제대로 추진할 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 밑바탕에 깔린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일반 국민이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엄격한 윤리와 도덕 기준이 독일이나 일본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진다는 데 있다.

그런 기본 소양 교육을 수천 년 수백 년간 제대로 한 민족과 허술하게 적당히 한 민족 간의 차이다. 민족성에 DNA화 될 정도의 엄격한 디시플린(규율)이 한국인에게는 매우 부족하다.

도덕 불감증이 사회의 상하 계층을 불문하고 만연하여, 톱뉴스가 수사기관이 수갑을 채워서 그 누군가를 체포해 가는 장면으로 거의 날마다 장식하고 있다.  

독일을 보자. 그 나라 교통질서는 분명하다. 아우토반 위에서 제멋대로 차선을 위반하여 추월하거나 위법하는 차가 없다. 질서 교육을 철저히 해 사회의 모든 분야가 질서 정연하게 돌아간다.

이렇게 게르만인들이 질서정연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민족이 된 것을 니체는 ‘도덕학 계보’에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원래 게르만은 북유럽 출신으로 ‘금발의 야수’라 불릴 만큼 야만적이며 거칠고 말을 잘 안 듣는 민족이었다.

이런 민족성을 고치는 데 수천 년간의 무서운 형벌 제도로 핏속에 각인을 시켜 DNA화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는 잔인한 형벌의 종류를 수십 가지 나열하고 있다.

사지 찢기, 쇠창살로 밑에서 입으로 나오게 하기, 뜨거운 솥에 집어넣기, 흉악범은 옷을 벗기고 꿀을 발라서 온갖 곤충과 벌레가 달라붙어서 고통스럽게 오랫동안 죽이기 등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형벌 제도를 적나라하게 나열하고 있다.

수천 년간 그런 형벌 제도로 가혹한 훈련을 받아서 게르만이 더없이 진지하고, 질서 잘 지키고, ‘사유하는 민족’으로 거듭났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타고난 것이 아니라, 질서와 정직에 대한 무서운 교육을 수천 년간 받았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놀라운 것은 정치인들의 뛰어난 도덕성이다. 몇 년 전 시사주간지 슈피겔에서 ‘독일의 도덕성을 가장 잘 대표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1등에서 5등까지가 전직 총리들이었고, 독일 출신 교황이 7위, 노벨 문학상 받은 분이 10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처럼 정치인이 성직자나 문인, 학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빠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며, 사생활이 노출되어 있으면서 높은 도덕성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을 높게 평가하며 존경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신뢰는 기본값이다. 플러스 요인이 아니다. 신뢰의 핵심은 정직이다. 거짓말은 치명적인 결격사유다. 절대로 용서받지 못한다. 특히 정치인이 부정직하면 그것으로 정치생명 끝이다. 일본 또한 정직과 신뢰를 기본적인 가치로 삼고 있다.

한국에 이것을 대입이나 시켜볼 수 있을까. 기상천외한 불법과 반칙을 저지른 정치인이 옥에 갔다가 사면을 받자, 주먹을 휘두르면서 감옥을 나오는 판이다. 사회 전체에 ‘신뢰’라는 기본 개념이 희박하다는 증거이다.

정직함과 질서가 정착되어 신뢰 사회가 되어야 선진국 자격을 갖춘 나라라 할 수 있다. /픽사베이

한국은 이렇게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고, 가장 기본적인 교통질서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여 사고가 빈발한다. 이런 사회는 ‘밥 먹는 문제’는 해결되었는지 모르나 ‘서로 신뢰할 수 없는’ 나라이다. 모든 면에서 반듯하지 못하다. 이 상태로는 일류 국가가 절대 될 수 없다.

TV에서 구성진 트로트 경연대회만 할 것이 아니다. 이러한 기본 질서와 정직에 대한 기본 교육을 어릴 때부터 시켜야 한다.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언론에서도 자주 이러한 무질서와 반칙이 얼마나 사회를 좀먹는지 보여줘야 한다. 이런 것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문제는 위정자들부터 적당히 부패해 있고, 이런 데에 대한 개념이 없어, 시동을 아예 걸지도 않는다. 사회 전체가 무질서와 반칙에 무감각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한국, 이제 밥은 겨우 먹고 산다. 정직함의 정도가 그 나라 수준을 결정하는 척도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각계각층이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수준을 높이는 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그래야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himabai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