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란' 화장로 증설로 맞선 서울시···장례업계 "접근성은 과제"

서울추모공원 화장로 4기 증설 서울 하루 200건 이상 화장 가능 화장 공급 확대로 의미 크지만 "'원정 화장' 해소엔 한계" 의견도 접근성 위한 해법은 화장장 신설

2025-08-13     김정수 기자
서울추모공원 /서울시

서울시가 화장로를 증설하며 장례 대기 해소에 나섰다. 업계에선 화장 공급을 늘리는 데 의미가 있으면서도 원정 화장 등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서초구 서울추모공원 화장로 4기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시는 2008년 추모공원 설계 당시부터 유휴 공간을 확보해 둔 덕분에 별도 부지 매입 없이 증설을 단기간에 완료했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의 만성적 화장 대기 문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화장장 자체가 지역별로 불균형하게 배치돼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 문제까지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는 이번 증설로 서울시의 하루 화장 처리 가능 건수는 기존 평균 181건에서 207건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서울추모공원 화장로는 기존 11기에서 15기로 확대돼 하루 59건이던 화장 가능 수요가 85건까지 증가하며 서울시립승화원의 화장로를 포함한 총수용 능력이 늘어난 것이다. 시는 내년까지 승화원의 구형 화장로 23기를 교체하면 최대 249건까지 처리할 수 있어 2040년 예상 수요(평균 227건)에도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이번 증설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었다고 했다. 화장로 1기당 설치 비용은 약 18억원으로 신규 화장장 건립 시 드는 1기당 약 224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이하 수준이다. 시는 "2008년 서울추모공원 건립 당시 초고령사회 진입을 예견해 화장로 추가 설치가 가능하도록 공간을 확보해 뒀다"며 "이 덕분에 공사 기간 단축·비용 절감은 물론 지역 반발 등 사회적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망자와 환절기 사망자 등이 급증하며 화장수요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2022년 3월 17일 오후 경기도의 한 화장장 모니터에 화장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화장로 증설이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단기 해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이는 서울시처럼 장기적인 공간 확보가 선행된 경우에 한해 가능한 조치이며 화장장 자체가 없는 지자체도 많아 전국적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최재실 전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서울추모공원은 국내에서 시설이 가장 현대화되고 고급화된 곳이라 시민들 선호도가 높다"며 "여기에 화장로 4기를 추가로 증설하면서 수도권 장례 대기 문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다 보니 오후 사망자는 4일장이나 타지역 원정 화장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새로운 화장장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화장장의 화장로를 증설하는 방식도 충분히 의미 있는 대응이다"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의 장례 인프라 구조가 다른 점도 설명했다. 수도권은 화장장은 적지만 한 곳당 화장로 수가 많은 밀집형인 반면 지방은 화장장이 많아도 개별 시설의 화장로 수는 적은 분산형이라는 것이다.

그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서울처럼 기존 화장장 내 화장로 증설을 고려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며 "수도권은 인구가 2500만명에 달하지만 화장장은 7곳에 불과하고 대신 한 곳당 화장로 수가 10기 이상인 대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경상남북도 등 지방은 인구는 적지만 화장장 수는 오히려 더 많다. 다만 개별 화장장의 화장로 수가 적다"고 설명했다.

화장 공급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는 새로운 화장장을 신축하는 것, 둘째는 기존 화장장 내 화장로를 증설하는 것, 셋째는 화장로의 1일 운영 횟수를 늘리는 것이다"라며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접근성을 고려한 화장장 신설이지만 님비(NIMBY)로 인해 신설이 어려운 경우엔 기존 화장장의 화장로 증설이 현실적 대안이 된다. 공간 제약 등으로 이마저도 힘들면 운영 횟수를 늘리는 방식까지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화장로 증설만으로는 접근성 문제, 즉 원정 화장 같은 현실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그래도 전체적인 화장 공급량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크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