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국가 핵심사업 부상···현대건설·삼성물산·DL이앤씨 ‘방긋’   

현대-홀텍, 美 미시간주에 SMR 2기 건설  DL이앤씨, 2000만 달러 엑스에너지 투자  오세철號 삼성, ‘대형원전→SMR’ EPC 전환

2025-08-13     유준상 기자
지난 5월 27일 일본 IHI 요코하마 공장에서 진행된 SC 모듈 실증 기념 인도 행사에서 삼성물산을 비롯한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 관련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물산

이재명 정부가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 정책 기조 아래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자로)을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주목하면서 SMR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설사들의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최근 SMR 산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관련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하며 산업 육성에 본격 나섰다. 원전 대표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출신 인사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하여 소형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조화로운 에너지 믹스’를 주요 에너지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 김성환 환경부 장관 등 에너지 정책 추진에 주요한 영향을 끼치는 핵심 인사들도 잇따라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산업 전반에 훈풍이 불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원자력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관련 업계가 힘을 입게 됐다. 최근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에너지 가속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스웨덴은 45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에 착수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국내 기업들의 원전 수주 가능성과 기술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며 “최근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현재 계획 중이거나 제안된 400기 원전을 분석해보니 한국은 약 43%를 수주해 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허재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들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2024년 준공 예정인 UAE 바라카 원전이라는 최신 해외 원전 수출 실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글로벌 경쟁사 대비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미국과 유럽의 원전 건설 수주가 한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SMR 사업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며 이들 주가도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 주가는 올해 1월 2만5000원 선에서 7월 초 7만6000원 선까지 상승했다. DL이앤씨도 같은 기간 3만원 선에서 5만3000원 선까지 뛰었다.  

현대건설은 국내외에서 총 24기의 한국형 원전을 시공한 국내 1위 원전 건설사다. 중동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을 성공적으로 준공하며 한국 원전 기술의 수출 경쟁력을 입증했다. 2009년 수주 이후 2018년 1호기 준공을 시작으로 올해 9월까지 4호기 상업운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SMR과 원전 해체 분야에서도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SMR 분야에서 2021년부터 미국 홀텍과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미국 미시간주 펠리세이즈 원전 부지 내에 SMR 2기 건설을 목표로 올해 연말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원전 해체 분야에서도 2022년 홀텍과 함께 인디안포인트(IPEC) 1~3호기 해체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관련 공정을 공동 수행 중이다. 이는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국 원전 해체 사업에 참여한 사례다. 

현대건설은 원전 밸류체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원자력사업실(대형 원전 및 SMR 영업·추진) △에코-원(ECO-ONE)사업실(변전 공사 전담) 등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원전이 포함된 플랜트 및 뉴에너지 부문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1분기 22%로 확대됐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증가가 기대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SMR을 포함한 차세대 원전 사업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K-원전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최근 SMR을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낙점하고 사업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에는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X-Energy)에 약 2000만달러를 전략 투자하고 조직도 ‘원자력·SMR사업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캐나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 노르웨이 노르스크원자력 등과 MOU를 체결하며 해외 시장 진출 기반도 마련했다.   

특히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와 함께 고온가스로(HTGR) 기반 SMR 모델인 ‘Xe-100’의 표준 설계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정부 지원과 아마존 투자 등을 바탕으로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DL이앤씨 역시 향후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서 엑스에너지와의 공동 수행을 기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SMR 기술을 수소·암모니아 생산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연계해 밸류체인 확장도 꾀하고 있다. 올해 초 신사업 전반을 총괄해온 한만유 플랜트사업본부 임원을 SMR 조직 책임자로 전진 배치했으며, SMR 중심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재편에 힘을 싣고 있다.

SMR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관련 매출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DL이앤씨의 플랜트 사업 강화 흐름과 맞물리며 향후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 DL이앤씨의 플랜트 부문 매출은 2022년 9782억원(전체 매출의 13%)에서 2023년 1조4035억원(17%)으로 증가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SMR 사업과 접목한 청정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해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오세철호(號) 삼성물산도 원전 시공에서 SMR 중심 EPC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만큼 국내에서 SMR 사업과 관련해 가장 앞서 있는 현대건설과 함께 SMR 분야 쌍두마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물산은 세계 SMR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주요 업체들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23년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이인프라, 노바파워앤가스, 뉴스케일, 플루어 등 5개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2024년 플루어와 루마니아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의 기본설계(FEED)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뉴스케일은 세계에서 SMR 개발에 가장 앞서있는 회사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최초로 표준 설계인증을 받았다. 설계인증을 받으면 기술적 안전이 인정돼 설계 그대로 SMR을 제작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삼성물산은 2024년 12월 스웨덴의 칸풀넥스트, 올해 4월 에스토니아의 페르미 에네르기아와 SMR 개발 관련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월 한국수력원자력과 ‘해외 원전사업 개발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글로벌 원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에너지 정책과 수요에 맞춘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양사의 대형 원전 및 소형모듈원자로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글로벌 경험을 바탕으로 상호 협력해 혁신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