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2.0] (56) "어르신 오늘 기분은 어때요?"···AI 돌봄 로봇, 실버타운서 통할까
노인주거시설 돌봄 로봇 도입 가능성 삼성물산·로보케어 "아직 실험 단계" 어르신 정서 지원되지만 수익성 장벽 입주민 간 '환자'라는 낙인효과 우려도
시니어 주거시설에 AI 돌봄 로봇이 도입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복약 알림, 말벗 등 생활·정서 지원 기능을 갖춘 로봇이 실제 거주 환경에서 단기간 실증·체험되는 것이다. 기능과 안전성, 지속 사용 여부를 검증하려는 목적이다.
1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AI 돌봄 로봇은 주로 공공 영역에서 사용됐다. 최근에는 민간 시니어 주거시설에서도 제한적으로 도입해 반응과 활용성을 살펴보는 모양새다.
사례 중 하나는 삼성물산 ‘컴패니언 로봇’이다. 지난 8일 매일경제 단독 보도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로봇 전문기업 로보케어와 함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서비스 로봇 실증사업’에 선정돼 60세 이상 입주민을 대상으로 컴패니언 로봇 체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제품은 복약 알림, 음성 제어, 말벗 기능을 갖춘 바퀴형 로봇이다. 비전문가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UI)를 적용했다. 실증은 아파트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원펜타스와 실버타운 삼성노블카운티에서 연말까지 진행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번 컴패니언 로봇 실증은 60세 이상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단기 체험 성격의 테스트다. 아직 사업화 단계나 공식 서비스가 아니라서 내부적으로도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며 “향후 확대 계획이 구체화하면 공식 자료를 통해 설명해 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돌봄 로봇의 민간 시설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다. 경기도의 A 실버타운도 최근 말벗 기능의 AI 돌봄 로봇 1대를 들여 두 달간 무료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일반 실버타운이 아닌 인지 저하로 독립생활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한 ‘케어홈’에 도입했다. 관리자와 직원이 상주해 로봇을 관리하고 어르신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A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일반 실버타운 안에서는 돌봄 로봇이 오히려 어르신들 사이에서 낙인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사용자가 치매 환자로 인식되면 다른 입주자들이 교류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민간 실버타운에서 AI 돌봄 로봇을 체험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우리 시설이 처음으로 본다”며 “우선 두 달간 케어홈에서의 활용도를 살펴본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금 당장 가성비가 높다고 보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기술에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판단에서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현장 운영자 모두 돌봄 로봇의 잠재력에는 공감하지만 실버타운 도입에는 환경과 문화, 운영 조건이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AI 돌봄 로봇 개발·운영 업체 B 대표는 여성경제신문에 “돌봄 로봇은 실버타운 등 시니어 주거시설에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B 대표는 “최근 AI 돌봄 로봇을 통해 새벽 2시 ‘누가 나를 때리려 한다’는 호출이 접수돼 경찰이 출동한 사례가 있었다. 치매 어르신이었다. 보호자조차 치매 진행 상황의 심각성을 몰랐지만 이를 계기로 병원에 모시게 됐다”며 “평소 해당 로봇이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사례는 위험 신호를 사전에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공은 보호자가 24시간 있지 않지만 시설에는 관리자가 상주한다. 따라서 운영 주체의 의지만 있다면 응급 상황 대응, 우울감 완화,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일부만 도입해 시설 공용으로 쓰더라도 프로그램과 관리 체계만 갖추면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은 수익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관련 법·제도 지원이 없으면 적극적인 도입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시설 책임자가 ‘이 로봇이 어르신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인식해야 지속적인 도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