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00% 관세” 포고에···韓 성장률 ‘1.8→1% 내외’ 조정 불가피

‘美공장’ 짓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안심 상무부 조사 대상 완제품 전자기기 ‘불안’ 관세 적용시 수출 타격, 성장률 ‘반토막’ 

2025-08-11     유준상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100% 관세’를 예고하면서 미국이 공개할 품목 관세 세부 사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안심하는 모양새지만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만약 반도체가 탑재돼있는 완제품 전자기기에 관세가 적용되면 수출 타격은 물론 경제성장률도 흔들릴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의 ‘주포’인 만큼 올해 성장률 전망 발표를 코앞에 두고 정부가 고심에 빠졌다.  

11일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트럼프의 100% 관세 방침이 가져다주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부 당국은 민감하게 관련 사안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기재부는 반도체에 100%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따른 미국 내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관세는 이달 이재명 정부의 경제 성장전략과 함께 첫 발표할 올해 성장률 전망치 추정에 매우 중요한 변수다.

정부가 가장 최근에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1월에 발표한 1.8%였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반도체 관세 불확실성을 악재로 반영할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당초 전망치의 반토막 수준이 되며 1%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새 정부가 내놓는 첫 성장률 전망인 만큼 1%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반도체 관세, 1·2차 추경 효과, 소비 개선 흐름 등을 놓고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는 기대론과 반대측인 회의론이 혼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대론 쪽은 지난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등 품목관세의 최혜국 대우(유럽연합 기준 15%) 약속을 받아낸 만큼 100% 관세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는 경우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 등을 짓고 있거나 건설을 준비 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실제 품목별 관세가 발효되기까지 마음을 놓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즉흥적으로 말을 바꾸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은 지금까지 관세 협상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반도체가 탑재돼있는 스마트폰, PC 등 완제품 전자기기가 미국 상무부의 조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디스플레이 등 국내 전자부품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만약 완제품에도 품목 관세가 부과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트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완제품 전자기기에 관세가 적용되면 수출 타격은 물론,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흔들릴 수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새 정부 들어서 항상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데 기재부의 전망치는 다른 기관들과 달리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어떤 정책 수단으로서 어떤 수준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기로 발표하는 일종의 목표치에 부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