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인스타 언팔, 카톡 차단···쉽게 하는 '인맥 리셋'

디지털 세대, 조그만 갈등에도 문제 해결보단 관계 단절 택해 하지만 단절이 해결책은 아냐 잦은 단절 뒤 고독감·허전함만

2025-08-10     김예진 국립강릉원주대 학생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국립강릉원주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모바일뉴스실습’ 전공수업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이 수업을 지도하는 이 학부 허만섭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 도구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작은 갈등에도 손쉽게 관계 단절을 택하지만, 잦은 단절은 고독감 같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GPT-4o 생성 이미지. 

"문제가 생기면 그냥 끊어버리면 그만이지."

디지털 도구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인맥도 손쉽게 '리셋'한다. 관계가 조금만 불편해진다 싶으면 인스타그램의 언팔로우(언팔), 카카오톡의 차단 같은 간단한 조작만으로 끊어낸다. 한두 번의 클릭으로 상대방의 소식과 존재가 사라지고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는 단절이 일어난다. 

대학생 이모 씨(여·20)는 자신이 '리셋 증후군'에 걸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주기적으로 언팔과 차단을 이용해 인맥을 정리한다. 많은 사람보다는 소수의 친구와 깊은 관계를 더 선호한다. 사람에게 감정 소모를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대학생 임모 씨(20)는 "컴퓨터가 버벅거릴 때 리셋 버튼을 눌러 초기화하는 것처럼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사람과의 인연을 단칼로 끊어 버린다"라고 했다. 

리셋 증후군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대면 교류보다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갈등이 생기면 해결하기보다 관계를 단절하는 방식을 택한다. 대학생 김모 씨(20)는 전공 수업을 같이 들어야 하는 같은 학과 친구들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차단 버튼을 누른다. 김씨는 "조금이라도 내게 불편한 말을 한 친구에 대해선 한 번의 차단으로 관계를 정리한다"라며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거리를 두고 싶을 때 유용하다"라고 말했다.

상대방은 차단됐다는 직접적 공지를 받는 건 아니고 대화창도 그대로 유지되므로 자신이 차단된 사실을 알기 어렵다. 그러나 차단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으나 읽음 표시가 영원히 생기지 않을 때 차단당한 것으로 짐작한다. 다만, 차단한 사이라도 단체방에선 대화가 가능하다. 

갈등 해결보단 끊기

대학생 정모 씨(여·22)는 "인맥 다이어트에 인스타그램 언팔을 활용한다"라며 "사소한 갈등이 생기면 해결하기보단 끊어내는 게 더 편하다"라고 말했다. 언팔도 상대방에게 알림이 별도로 가진 않는다. 그러나 팔로우 목록이나 DM 목록에서 이름이 없어지거나 팔로우한 계정 수가 줄어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람은 리셋을 인간관계에도 쉽게 적용한다. 대학생 박모 씨(22)는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를 올릴 때마다 누가 자신의 스토리를 봤는지를 항상 체크한다. 박씨는 "내 스토리에 반응을 계속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괜히 신경이 쓰인다. 이런 사람은 정리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씨는 1년에 세 번 정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고 새로 개설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과 관계의 지속성보다 나의 심리적 안정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섣부른 결정 반복 

그러나 단절이 곧 해결책은 아니다. 대학생 최모 씨(여·21)는 6개월간 교제한 남자친구와 다툰 뒤 다음 날부터 별다른 설명 없이 연락을 끊었고, 카톡에서도 차단했다. 최씨는 "감정 소모가 싫었다. 지나간 일을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최씨는 자신의 SNS 계정도 삭제한 후 새로 개설했다. 하지만 관계를 끊은 지 몇 주가 흐른 뒤 최씨는 남자친구에 대한 미련과 허전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다툰 이유가 별것도 아닌데 너무 섣불리 결정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는 그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사소한 갈등이 생길 때마다 빠르게 리셋하는 같은 방식을 적용한다. 이러한 반복되는 단절에 대해 그는 "그냥 또 끊었다. 전부 새로 시작하면 덜 복잡하다"라고 했다.

잦은 인맥 리셋은 고독감 같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대학생 양모 씨(21) 는 "나를 지키려는 방어심리에서 인맥을 리셋해 왔다"라며 "혼자 있으면 편할 줄 알았는데 텅 빈 느낌만 남더라. 같이 편하게 밥 먹을 사람도, 잡담할 사람도 없고 '이제 뭐지?'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예진 국립강릉원주대 학생 kimyegin523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