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대학 들어가도 꿈이 없다고?··· "그럼 전공은 나중에 선택해!"

‘레이트 스페셜라이제이션’ 확산 입학 후 1년간 다양한 전공 체험 전담 교수·선배 멘토링 진로 탐색

2025-08-09     김현우 기자
일본 대학들 사이에서 입학 후 1년간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뒤 전공을 결정하는 ‘레이트 스페셜라이제이션’ 제도가 확산 중이다. 학생들은 전담 교수와 선배 멘토의 지원을 받아 진로를 고민하며, 성적에 따라 전공 선택이 결정되기도 한다. 한 청년이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식당에 홀로 앉아 핸드폰을 보며 고민에 잠겨있다. /여성경제신문

“대학은 갔지만 전공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최근 일본에서는 입학 후 1~2년간 다양한 분야를 접한 뒤 전공을 결정하는 ‘레이트 스페셜라이제이션(Late Specialization)’ 제도를 도입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특히 수험생 사이에서는 "하고 싶은 것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 제도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에선 '레이트 스페셜라이제이션'을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로 가나자와대학이 꼽혔다. 가나자와대학은 2018학년도 입시부터 문과·이과 통합 입시를 도입했다. 지원자가 구체적인 전공 없이 문이과 중 하나만 선택해 입학할 수 있도록 했다. 입학 후 1년간은 ‘종합교육부’에 소속돼 다양한 학문을 접한 뒤 2학년부터 전공을 결정한다.

본다 미쓰노리 가나자와대 교수(이공계)는 여성경제신문에 “진로를 제대로 선택하려면 다양한 경험과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입시 과정에선 그런 시간을 갖기 어렵다”며 “입학 후 1년간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입학 후 전공을 정하는 ‘레이트 스페셜라이제이션’ 제도가 일본 대학에서 확산 중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학문을 접한 뒤 진로를 결정하며, 실제 경험을 통해 관심 분야를 구체화해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사진은 가나자와대학 인문학부 4학년 사이토 코우메 씨. /여성경제신문

1학년 동안 학생들은 전공 탐색을 위한 강의·가이드라인·상담 프로그램을 지원받는다. ‘아카데믹 어드바이저’라는 전담 교수진이 배정돼 관심 분야에 따라 과목 선택이나 진로 계획을 도와준다. 같은 고민을 가진 선배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있다.

다만 2학년부터 진입할 수 있는 각 전공(학류)은 정원이 정해져 있어 희망자가 몰릴 경우 성적순으로 결정된다. 1학년 때부터 체계적인 수강 계획과 학업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

인문학부 4학년 사이토 코우메 씨는 여성경제신문에 “입시 때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있었지만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과 어울리고 싶어 이 제도를 선택했다”며 “실제로 입학 후 여러 분야의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인 융합학부 3학년 후지세 슌스케 씨는 이과 통합 전형으로 입학했다. 입시 당시 건축과 의료에 관심이 있었지만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입학 후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서 해외 활동에 관심이 생겼고, 뇌과학을 응용한 외국어 습득 연구를 하는 연구실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레이트 스페셜라이제이션’ 제도는 도쿄대, 교토대 등 일본 내 여러 국공립 대학에도 확산 중이다. 진로를 미처 정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입학 후 선택’이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