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추락’ LG생활건강, 뒤늦은 APR 추격전···뷰티테크 악전고투 예고

LG생건, 실적 부진 속 뷰티 디바이스 진출 에이피알 시총 1위, 뷰티 시장 판도 변화 양수한 '프라엘' 효과에 기대·우려 교차

2025-08-07     류빈 기자
LG 프라엘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이 올해 2분기 실적 쇼크에 직면한 가운데, 뷰티 디바이스 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뷰티 디바이스 시장 1위인 에이피알(APR)이 K-뷰티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을 모두 제칠 만큼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빠르게 성장한 경쟁사가 있는 상황에서 LG생활건강이 관련 사업을 키우고 실적 성장으로 연결시킬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온다. 

7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화장품 사업 실적은 매출 60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23억원이 하락해 16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화장품 사업에서 적자를 낸 건 20년 만이다. 

LG생활건강은 국내 헬스앤뷰티(H&B)숍과 북미 아마존, 일본 등 주력 채널은 고성장을 이어갔지만, 전반적으로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면세, 방판 등 전통 채널들의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전체 해외 매출의 38%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중국 현지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경쟁사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라 마케팅 투자가 본격화되는 당분간은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LG생활건강이 오프라인 채널 재정비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3분기에도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규 전략 시장으로 설정된 미국 시장은 LG 자체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비를 늘릴 계획"이라면서 "다만 이미 K-뷰티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진 미국 시장에서 이익을 거두기보다는 비용을 늘리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또한 생활용품인 닥터그루트 외에 타 K뷰티 브랜드 대비 인기가 높아진 화장품 브랜드가 아직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인디 브랜드의 빠른 속도를 동사가 단기에 추격하는 데 어려움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K-인디 브랜드들의 서구권 고성장을 이끈 마케팅 노하우를 이길 만한 전략이 아직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전략상 반전이 없다면 당분간 점유율 역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부진한 실적에 LG생활건강은 뷰티 디바이스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지난달 LG생활건강은 LG전자로부터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LG 프라엘(Pra.L)’의 상표권과 SNS 채널 운영권을 넘겨받고,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와 전용 화장품 ‘글래스라이크’ 3종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미 선점 효과가 확고한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입지가 얼마나 통할지는 의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뷰티 디바이스 업계 1위인 에이피알(APR)의 견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자사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을 앞세워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다. 에이피알은 전날 기준 시가총액이 8조1795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지 1년6개월 만에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에이피알은 이미 지난 6월 LG생활건강 시총을 추월한 데 이어 전날 아모레퍼시픽도 제치며 뷰티업계 시총 1위로 올랐다. K-뷰티 양대산맥 모두를 제치며 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킨 셈이다. 같은 날 기존 1위였던 아모레퍼시픽의 시총은 7조5163억원, LG생활건강은 에이피알에 밀린 지난 6월보다 약 2조원 감소한 4조630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에이피알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기술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며 중소·스타트업이 주도해왔다. 여기에 LG생활건강이 브랜드 파워와 유통망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차별성이 있는지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프라엘은 홈뷰티 시장 초창기인 2017년 LG전자가 프리미엄 가전 기술력을 기반으로 론칭한 브랜드다. 그러나 당시 가격이 200만원에 달해 소비자 호응을 크게 얻진 못했다. 2020년대 들어 다양한 가격대와 여러 성능을 가진 중소 브랜드 제품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에이피알(메디큐브 에이지알)·셀리턴 등 신흥 브랜드에 밀려 프라엘의 존재감이 약화됐다. LG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로 인지도는 높은 편이나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실제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프라엘은 LG전자에서 대표적인 적자 사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LG생활건강 입장에선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브랜드로 성장 잠재력이 큰 뷰티테크 사업에 손쉽게 진입했다고 볼 수 있지만, 뷰티 디바이스 시장 참전이 실적 반등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할지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전문 연구·개발(R&D) 노하우를 미용기기에 접목해 진일보한 피부관리 설루션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또 '화장품-디바이스-인공지능(AI)'으로 이어지는 뷰티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 성장 동력인 뷰티테크 사업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새롭게 탄생한 LG 프라엘은 첨단 기술로 피부에 완벽을 더하는 뷰티 디바이스의 '뉴노멀'을 제시할 것"이라며 "고성능 디바이스와 화장품 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가정에서도 전문가 수준의 피부관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차별적인 고객가치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