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정 더봄] 수영장 물은 똥물이래! 정말?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 우리 동네 수영 고수에 도전하기(3) 수영 전에 샤워하라고 그렇게 당부해도
일상에서 뭘 선택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요소가 있다. 호텔은 침구가 청결해야 하고, 병원은 병을 잘 낫게 해주어야 하고, 입시학원은 진학률이다. 그렇다면 수영장을 선택할 때는?
시설, 접근성, 강습, 이용료 등도 중요하지만 내 생각에는 내 몸에 닿는 물, 즉 수질(水質)이 먼저다. 그런데 눈으로 보거나 소독약 냄새를 맡거나 수질 관리표를 봐서는 수질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사람들의 입소문과 평가로, 그리고 내 몸으로 점검해야 한다. 몇 번 다녀본 후 피부가 어떤지, 눈은 씀벅거리지 않는지 말이다.
실내 수영장 물은 얼마나 자주 교체할까? 예전에 신도시 수영장에서 회원 간에 수영장 물을 한꺼번에 갈려면 2000만원 든다는, 그래서 몇 년 동안 갈지 않는다는 괴담 같은 소문이 있었다. 가짜뉴스였다. 챗GPT가 알려주는 내용을 보면, 수영장 물은 여과와 소독이 항상 지속되며, 보통 1년에 한 번 전부 갈고, 10~20%는 주기적으로 갈아 안정적인 수질을 유지하며, 매일 없어지는 양(1~3%)을 보충한다. 그리고 5~6레인의 동네 수영장이라면 수도 요금도 100만원 이하다.
수영장은 물이 장사 밑천이다. 그러니 다소 차이는 있어도 관리 기준에 따라 철저히 수질을 관리한다. 하지만 이용자 눈높이에는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야외 수영장이라면 먼지, 빗물, 낙엽 같은 게 유입될 수 있지만 실내 수영장이 더러워지는 원인은 거의 100% 이용자에게 있다.
최근에 영주의 한 수영장에서 인분이 떠올랐다는 뉴스가 나왔다. 듣기만 해도 오싹하고 비위 상한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고 수영장 측은 물을 완전히 갈고 충분히 보상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들 쉬쉬하며 숨기니 그렇지 수영장에 웬만큼 다녀본 사람은 이미 안다. “수영장 물은 똥물이다”라고 할 때, 그 ‘똥물’은 더러운 물의 은유적 표현 외에도 변실금 있는 사람들로 인해 실제 똥이 섞인 사실적 표현일 수 있음을 말이다.
그렇다고 노인들만 의심하고 탓할 것은 아니다. 수영장 물이 어디 인분으로만 오염되는가. 그건 불가피하고 흔치 않은 사고다. 오히려 더러운 몸을 씻지 않고 그대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더 문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물에서 방뇨하는 사람도 꽤 있다.
우리 수영장에는 초등생 생존수영 수업이 있다.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신나서 시끌시끌하게 들어온다. 처음에는 ‘어이쿠, 복잡하겠네’하고 생각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이 녀석들이 샤워실을 거쳐 가는 시간은 1~2분도 안 된다. 인솔 교사는 아이들이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면 “머리에도 물 묻히고”라며 형식적인 샤워를 지시하곤 사라진다. 그러면 아이들은 맨숭맨숭한 몸으로 곧바로 풀로 들어간다.
‘거품 내서 샤워해라’, ‘집에서 씻고 왔다는 말 하지 마라’, ‘수영복 입기 전에 씻어라’, ‘샤워하면서 소변보지 마라’처럼 언급하기조차 민망한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가운데도 대충 물만 묻히고 통과하는 사람이 많다.
누가 알겠냐고? 다 안다. 체취와 머리 냄새가 확 느껴진다. 수영하면서 모자가 자꾸 올라가거나 벗겨지면 머리를 감지 않은 것이다. 줄지어 수영하다 보면 앞사람 뒤꿈치 각질이 정말 선명히 보인다. 청결 관념이 다른 걸까? 끝나고 갈 때는 오래도록 정성껏 씻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니다. 이기적 습관 때문이다.
그래서 수영장에서는 물을 먹지 않는 게 정답이다. 그걸 누가 모를까? 수영을 꽤 한다는 사람들도 때로는 숨 쉬려고 입 벌렸을 때 옆 레인에서 넘어오는 물을 피하지 못하고 꿀떡 삼키곤 한다. 그러니 초보자들은 엄청나게 물먹는다. 나도 초보 시절에 땀을 엄청나게 흘린 것 같은데도 갈증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요즘 나는 면역력이 약한 상태라 물을 먹지 않으려고 각별히 조심한다. 하지만 목으로 넘기지는 않더라도 입에 들어오기는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수영 중계를 느린 화면으로 보면 선수들도 수면에 근접한 입안으로 물이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삼키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면 수영장 물은 모든 이용자의 침이 섞인 것이다. 땀도 엄청나게 섞인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여기까지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개기름, 때, 화장품, 심지어 오줌까지 섞인다면? 그래서 새벽 첫 시간에만 수영장에 간다는 사람도 많다. 밤새 정수 처리하기 때문이다.
수영장 샤워든 교통질서든 다 함께 지키면 다 함께 편한 걸 알면서도 도대체 어떤 심리로 안 지키는 걸까? 교육학자들은 초급교육 단계일수록 투자 대비 사회적 효용이 크다고 한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글자나 구구단 같은 기초 지식과 줄서기, 인사하기 등이 대학에서 배우는 의학, 법학 같은 학문보다 사회 전체에 훨씬 큰 이익을 준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는, 초등교육의 결과는 사회 전체에 기여하고 대학 교육의 결과는 대부분 개인에게 돌아가는, 저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수영장에서 씻지 않는 사람은 유년 교육과정을 의심하게 된다. ‘함께 살기’ 교육 말이다.
수영이 필요한 상황은 크게 둘이다. 놀거나 운동하며 즐길 때와 물에 빠졌을 때다. 물에 빠진 상황에서는 수질을 따질 겨를이 없지만, 내 돈 내고 즐길 때는 맑고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믿음을 가지고 최소한의 공동관리를 약속한다. ‘나 하나쯤은 괜찮다’라고 생각한다면 결국 내 아이도 그 물을 먹는다. 이건 수영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경제신문 박헌정 작가 portugal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