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삼성重, 마스가 TF 본격 가동···中은 회의적 여론
‘208조 규모’ 조선 전용 펀드 조성 LNG선 중심 실적 개선 기대감 지속 마스가 통해 한미 ‘윈윈 해법’ 찾나 “공적자금인 만큼 한국몫도 챙겨야”
국내 조선 3사가 미국의 조선업 부활 구상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구체적 전략 수립에 나섰다. 정부가 발표한 조선 전용 펀드 조성을 계기로 각 사의 대미 진출 전략을 조율하면서 실제 이행 가능한 단계별 행동계획(로드맵)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최근 마스가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한 TF를 결성하고 업계 차원의 전략 마련에 나섰다.
TF 결성은 미국과 한국 정부 간 마스가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본격적으로 구성됐다. 각 사에서 대관부서 임원 1인과 직원 1인 등 2인 내외가 참여해 TF는 총 10여 명 규모로 첫 상견례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첫 공식 회의 일정은 아직 조율 중”이라며 “조선업계 하계 휴가가 마무리되는 이달 중순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이행 로드맵 수립’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짜기에 앞서 큰 틀을 잡는 단계다.
정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통해 총 3500억 달러(약 485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약 208조원)를 조선업 전용 펀드로 운용할 계획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 현지에서 조선소를 신설하거나 선박 건조, 인력 양성,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을 추진할 경우 공적 금융을 지원하는 구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스가는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전용 펀드를 염두에 둔 프로젝트인 만큼 기업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과 정부에 건의할 수 있는 사안을 구분하는 실행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선 3사는 이미 각자 마스가 연계 전략을 가동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인수한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연간 1.5척에서 2035년 10척으로 늘릴 계획이며, 추가 미국 내 거점 확보도 검토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와 손잡고 2028년까지 중형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공동 건조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멕시코만 델핀 LNG 프로젝트에 맞춰 현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설비 제작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대미 투자 확대에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내 정치 환경 변화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따라 현지 투자 환경이 급변할 수 있어서다. 프로젝트 진행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적 자금인 만큼 국내 조선사들이 그에 상응하는 참여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스가 펀드는 한화로 210조원에 달하는데 조선 3사 시가총액(약 94조원)의 2배가 넘는다. 장기적 투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마스가 펀드를 조성하는 데 정부 재정과 기금 투입은 피할 수 없다. 사실상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정부와 참여 기업이 한국의 참여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번 한미 조선 협력은 중국 조선업의 급속한 성장에 대응하는 전략적 움직임이기도 하다. 미국은 자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해 세계 2위 조선 강국인 한국과 손잡았고 한국은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미국 진출의 발판을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중국에서는 한미 조선 협력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있다”며 “한국 조선소가 어떠한 형태로 돈을 벌고 미국과 ‘윈윈’하는 구조를 가져갈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