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컬처' 말하지만 이해도는 '글쎄'···예술인들 "안정적 생태계 마련해야"

콘텐츠 성과에 창작 기반 마련은 뒷전 문체부 인사 논란에 개혁 논의도 나와

2025-08-06     김민 기자
대학로의 한 소극장 모습이다.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에도 예술계의 앞날에는 우려가 가득하다. /연합뉴스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에도 예술계의 앞날에는 우려가 가득하다. 정부가 산업 중심의 국위선양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서 창작 기반과 예술인 생존권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을 두고 예술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국위 선양 위주의 국가 주도형 산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6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 문화 수출 50조원,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 등을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달성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예술인들은 문화예술 생태계 전반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기 콘텐츠의 지속적인 창작은 탄탄한 기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연극배우와 대학로 없이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겠냐"라는 이원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의 비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 위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문화예술의 발전은 창작자가 주도하고 정부는 인프라·환경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 산업은 정부가 주도해서 잘 된 적이 없다"라며 "성공 사례도 민간이 주도한 것이며 국가는 인프라와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창작 활동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기초 예술부터 국제적인 글로벌 산업까지 연결해 생태계를 신경 써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문화정책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낳으려면 문체부의 뿌리 깊은 관료주의 카르텔을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아무리 정책을 잘 짜도 문체부의 관료제 개혁이 없으면 잘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자들이 문체부 개혁을 요구하는 데에는 끊이지 않는 블랙리스트 인사 논란도 한몫했다.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공연예술인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24개 문화예술단체는 지난 6월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문체부 파행 행정의 진상조사와 함께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문체부가 기관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관료 출신들을 '알박기' 형태로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블랙리스트 관련 인물인 우상일을 국립문화공간재단 대표로 임명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유인촌 전 장관의 측근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사와 대표로 앉히는 행태를 지적했다.

정윤희 '블랙리스트 이후' 디렉터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있었던 파행들에 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라며 "민간 거버넌스를 비롯해 현장에서 예술인들이 망가진 문화 정책을 합의하는 공적 구조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취임한 최휘영 문체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 청문회에서 "장관에 임명된다면 산하 기관장 임명 과정에서 무리함은 없었는지, 인사 절차나 내용 면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검토하겠다"라며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청년 문화예술 및 체육인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못자리' 역할을 하겠다"라고도 했다.

최 장관은 놀유니버스 대표로 여행·관광 플랫폼 업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경영인이다. 그러나 문화예술 분야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 만큼 예술계는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라는 태도다.

세계적인 K-콘텐츠 열풍 속에서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이 상업적 성과에 매몰되기보다는 업계 전반에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디렉터는 "문화 산업 쪽만 주목받는 것에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국가 문화 예술 정책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라며 "문체부 장관이 새롭게 취임한 만큼 이런 것들을 챙기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