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늘릴수록 국내업체 줄폐업, 왜?···“중국산이 싹쓸이” 

中 태양광 패널 수입량 3년새 2배로 수입 태양광 패널의 99.6%는 중국산  국내 공급망 독점에 에너지 안보 위협

2025-08-05     유준상 기자
2019년 11월 28일 중국 산시성 루이청현에서 촬영된 태양광 패널 단지 /연합뉴스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올려 잡으며 태양광 패널이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국내에 대거 밀려들고 있다. 국내 태양광 제조업체들은 더욱 설 자리가 좁아지고 에너지 안보마저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량은 2021년 7만6161t에서 2024년 15만907t으로 3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 들어 상반기까지 수입된 물량은 9만7851t으로 2023년 한 해 동안 수입한 물량 9만4647t을 이미 넘어섰다. 전체 태양광 패널 수입량 중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99.6%에 달한다.

중국산 패널 수입량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방침과 함께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4%로 최초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설치된 태양광 설비용량은 27.1기가와트(GW)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제조 태양광 패널 설비용량은 7999메가와트(㎿)에 달해 외국 제조 설비용량 5011㎿를 넘어서지만 이는 착시에 불과하다. 국산 설비라 하더라도 중국산 웨이퍼를 수입해 국내 업체가 셀로 만들거나 이를 패널로 조립한 것이 대부분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산할수록 국내 관련 업체는 고사 위기에 처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때 국내 유일 태양광 잉곳·웨이퍼 생산기업이었던 웅진에너지는 지난 6월 말 법원에서 파산폐지 결정을 받았다. 파산폐지는 웅진에너지가 채권자들에게 변제할 금액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이뤄졌다.

웅진에너지는 연간 2000㎿ 규모의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낮은 전기료와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내세운 중국 태양광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경쟁력을 상실하고 2022년 파산했다. 웅진에너지 대전 대덕공장은 올해 이 지역 바이오업체에 매각이 완료됐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 공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재생에너지 산업에서도 얼마든지 ‘요소수 사태’와 같은 공급망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국내 태양광사업 생태계가 붕괴된 상태에서 사실상 시장을 잠식한 중국 태양광업체들이 패널 가격을 인상하거나 전략자산화한다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기술 고도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태양광뿐만 아니라 해상풍력 등 부문에서도 선제적으로 국내 산업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희 의원은 “중국산 부품에 대한 대안 없이 의존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만 밀어붙일 경우 에너지산업 전반에 리스크를 자초하게 된다”며 “중국에 편중된 취약한 공급망을 바로잡고 국산화율을 높여 산업 자립 기반을 다지는 에너지 안보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