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사고 수리 때 정품 대신 대체품 써라?···車보험 약관 개정에 우려 확산

보험금 산정 기준 '정품'→'인증부품' 전환 전문가 “보증수리·후유증 책임 공백 우려” 차보험 손해율 악화 상황···업계 “합리적”

2025-08-04     허아은 기자
보험금 산정 기준을 정품이 아닌 인증부품 가격으로 바꾸는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안을 두고 보험업계는 수리비 절감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는 반면 전문가와 소비자단체는 보증수리 거절 등 소비자 피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사고 차량을 수리할 때 정품이 아닌 인증부품을 기준으로 보험금이 책정된다. 소비자가 정품 수리를 원하면 차액을 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보험업계는 수리비 절감과 보험료 인하를 위한 구조 개편이라고 설명하지만 학계에서는 보증수리와 후유증 책임이 누락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 16일부터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이 시행된다. 가장 큰 변화는 사고차 수리 시 보험사가 지급할 수리비 기준이 ‘정품(OEM)’ 부품이 아닌 ‘품질인증부품’ 가격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정품 수리를 원할 경우 소비자가 차액을 전액 부담해야 하며 기존의 ‘차액환급특약’은 폐지된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는 “사실상 정품 사용을 제한하는 강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보증수리 및 책임 소재 측면에서 제도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파워트레인처럼 핵심 부위에 인증부품을 쓰면 추후 고장이 나도 제조사 측에서 ‘정품이 아니라 책임질 수 없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교수는 “초기에는 문제없어 보여도 나중에 기능 이상이 생길 수 있다”며 자동차 수리에도 인사사고처럼 ‘후유증 보상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수리비를 아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는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본지에 “차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본다”면서 “경미한 흠집에도 수백만원의 정품 부품을 무조건 교체하던 관습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한 고지·설명 절차 강화는 필수”라고 덧붙였다.

정비업계는 현장 적용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증부품의 품질 편차나 유통망 부족, 재고 시스템 미비 등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나 책임 전가가 정비소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다.

소비자단체는 선택권 침해를 문제 삼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정품 사용 시 사실상 보험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는 자율이 아닌 강제”라며 “개정안 시행 전 유예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고지 체계와 민원 대응 방안을 마련해 초기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정비업계·학계가 제기하는 구조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제도 시행 이후 상당한 반발과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